사람 닮은 몸이 휴머노이드…스스로 판단하면 피지컬 AI
자율주행차·로봇팔도 피지컬 AI…적용 범위 더 넓어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두 팔로 물건을 나르는 로봇이 최근 주목받으면서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인공지능(AI)'이라는 표현이 자주 혼용되고 있다.
두 용어는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뜻은 다르다.
결론적으로 휴머노이드는 로봇의 몸이 어떤 형태인지를 나타내고, 피지컬 AI는 기계가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능력을 뜻한다.
피지컬 AI가 휴머노이드보다 적용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 사람 닮은 '몸'이 휴머노이드…지능과는 다른 개념
휴머노이드는 영어로 인간을 뜻하는 '휴먼'과 '∼와 닮은 형태'를 뜻하는 접미사 '∼오이드'를 합친 말로, 사람과 비슷한 외형이나 신체 구조를 지닌 로봇을 가리킨다.
보통 머리와 몸통, 두 팔과 두 다리를 갖추고 사람처럼 걷거나 물건을 집는 로봇이 이에 해당한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와 테슬라의 '옵티머스', 피규어AI의 '피규어' 등이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꼽힌다.
다만 사람처럼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지능이 높은 것은 아니다.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거나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로봇도 외형이 사람과 닮았다면 휴머노이드로 분류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라는 말 자체에는 로봇이 주변 상황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새로운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지까지 포함되지 않는다.
휴머노이드가 로봇의 '몸'을 설명하는 용어인 이유다.
◇ 현실을 보고 판단해 행동…자율주행차도 피지컬 AI
이에 반해 피지컬 AI는 AI가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벗어나 현실 세계에서 직접 작동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물체와 사람 위치를 이해한 뒤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판단해 실제 기계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로봇에게 "책상 위에 있는 컵을 주방으로 옮겨줘"라고 지시하면 로봇은 사람의 말을 이해해 책상 위치와 함께 컵을 찾아야 한다.
이어 컵까지 이동할 경로와 어느 정도의 힘으로 컵을 잡아야 할지를 계산하고, 장애물을 피해 주방까지 운반해야 한다.
이처럼 보고 듣고 판단한 결과를 물리적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 피지컬 AI의 핵심 개념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글이나 이미지 같은 디지털 결과물을 만든다면, 피지컬 AI는 로봇이나 자동차, 산업 설비를 움직여 현실 세계에 직접 변화를 일으킨다는 차이가 있다.
피지컬 AI가 적용되는 기계가 모두 휴머노이드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자율주행차는 도로와 보행자, 다른 차량을 인식하고 주행 방향과 속도를 판단한다.
사람 모양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피지컬 AI로 볼 수 있다.
공장에 설치된 로봇팔도 과거에는 정해진 위치에서 같은 동작만 반복했지만, AI를 활용하면 부품의 위치나 모양이 달라져도 이를 찾아 집어 올릴 수 있다.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의 관계는 스마트폰과 소프트웨어의 관계에 비유할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가 기계라는 하드웨어 형태라면 피지컬 AI는 그 기계가 현실을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지능 체계다.
휴머노이드에 피지컬 AI를 탑재하면 사람의 생활 공간에서 여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이 된다.

◇ 인간형 로봇에 집중하는 이유…AI 경쟁도 현실 세계로
그렇다면 빅테크 기업들은 왜 굳이 사람과 닮은 형태의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현실 공간과 작업장이 사람의 신체 구조에 맞춰 설계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람과 비슷한 키와 체격에다 눈높이, 팔 동작 범위를 가진 로봇이라면 기존 건물과 공장 설비를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고도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할 수 있다.
사람이 작업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로봇의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기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걷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손가락으로 물건을 정교하게 다루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기술이다.
결론적으로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는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개념이다.
사람을 닮은 몸을 만들려는 경쟁이 휴머노이드 경쟁이라면, 그 몸을 포함한 다양한 기계에 현실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부여하려는 경쟁이 피지컬 AI 경쟁이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말을 잘하는 모델에서 현실의 일을 수행하는 기계로 옮겨가면서 두 기술의 결합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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