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도쿄대교수 "피란수도 부산, 유네스코 유산 등재 적임지"

입력 2026-07-05 07:29  

이정선 도쿄대교수 "피란수도 부산, 유네스코 유산 등재 적임지"

이정선 도쿄대교수 "피란수도 부산, 유네스코 유산 등재 적임지"
유일한 비일본인 '세계유산검정 마이스터'…부산 등재 위해 '고군분투'
"피란수도 부산, 인류 평화 가치 증명하는 유례없는 유산"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가치와 명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유엔 헌장과 유네스코 헌장, 제네바 협약 등 국제 조약에 근거한 인류 평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이정선 일본 도쿄대 특임조교수는 4일 도쿄국립근대미술관 강당에서 일본 세계유산아카데미가 주최한 '한국의 세계 유산 활동' 강연회에서 자신의 연구 주제이자 세계유산 등재에 힘써온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가진 의미를 강조했다.
부산은 오는 19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개최되는 도시로 한국에서 이 행사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부산에 남아 있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수도의 유산은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이다. 다만, 이를 아는 이는 한국인 중에서도 많지 않다.

부산은 약 3년간 이어진 한국전쟁 기간의 대부분인 1천23일 동안 서울을 대신해 임시 수도 기능을 수행했다.
수도 기능 유지와 피란민 보호를 위해 정부·시민·유엔의 상호공조로 긴급하게 활용된 건축물 등의 유산이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2025년 국가유산청 우선등재 목록에 선정된 데 이어 유네스코 예비평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 관저, 집무실로 활용된 경무대, 현재 동아대 박물관이 된 임시중앙청 등 피란수도 임시 청사뿐 아니라 소 막사에 피란민들이 조성한 우암동 주거지, 일본인 묘지에 피란민들이 모여 살았던 아미동 비석 주거지 등도 있다.
피란민과 유엔군이 유입되고 국제원조와 구호물자가 입항했던 부산항 제1부두와 유엔묘지 등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총 11개 연속유산으로 구성돼 있다.
도쿄대에서 '기억의 장으로서의 유엔기념공원: 전쟁 묘지의 문화유산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피란수도 부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과 일본, 국제사회에서 연구 및 실무를 병행하며 힘을 쏟고 있다.
유엔기념공원을 단독 주제로 다뤄 박사학위를 받은 사례는 그가 국내외 통틀어 처음이라고 한다. 학위 취득 뒤 세계 유산에 관한 한일 간 견해차가 크고 불협화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양국 학계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 내에서조차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요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세는 지역·국가·대륙적 가치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한 가치를 지니는 유산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며 유엔헌장 39·42·43조에 근거해 파병된 유엔군은 명실상부한 국제 연대의 상징이며 유엔묘지는 냉전기 유일했던 국제 연대의 명백한 증거물이라고 지목했다.
20세기 중반 치열했던 냉전의 산물인 한국전쟁 기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 기능을 유지한 피란수도가 형성돼 국가와 사회 기능 유지에 기여한 것, 현재까지 이어지는 유엔 참전용사 추모식 등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해설했다.
특히 전쟁이 남긴 화해나 평화의 메시지를 후세에 전달하는 작업은 최근 세계 유산 학계의 화두로 떠올랐다고 한다.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에 있는 1차 세계대전 장례 및 추모 유산, 악명높은 크메르루주 정권이 1970년대 집단학살을 자행한 캄보디아 '킬링필드'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교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정회원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관련한 독특한 경력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일본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관한 자격시험인 '세계유산검정'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와 관련된 것이지만, 이에 대한 지식과 식견을 검증하는 자격시험은 일본에서 탄생해 통용된다고 한다.
이 교수는 100% 자필 논술로 치러지는 이 검정 시험의 최고 등급인 '마이스터'를 딴 유일한 비(非)일본인이다.
이 교수는 "세계유산에 관한 검정시험이 세계에서 오직 일본에 존재하고 꽤 많은 일본인이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며 일본이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세계유산 등재가 속속 이뤄지는 데에 이러한 세계유산에 관한 체계적인 시민 교육과 저변 확대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란수도 부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문화인류학, 종교학, 사회학, 건축학 등 학제 간 연구와 시민 관심, 나아가 일본과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며 한일협력을 통해 평화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cs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