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등서 과격 시위 촉발…멜로니 "엄정하게 책임 규명"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모로코 출신 이탈리아 남성이 경찰 체포 과정에서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잉 진압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멜로니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과 맞물리면서 이탈리아판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42세인 모로코 출신 압데라힘 파키르는 지난 20일 볼로냐의 한 외곽 지역에서 경찰에 체포되던 중 숨졌다.
당시 경찰은 파키르가 난동을 부리며 차량을 파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그를 제압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유된 현장 영상에는 경찰관 2명이 파키르를 바닥에 엎드리게 해 체포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파키르는 "도와달라",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친 뒤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다.
현지 언론들은 경찰이 파키르가 강하게 반발하자 최루 스프레이를 사용한 뒤 수갑을 채우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파키르가 숨진 다음 날 볼로냐에서는 경찰의 과잉 진압을 주장하는 시위가 잇달았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대응했고 시위대는 자전거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유리병과 의자를 집어 던지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64명이 다쳤고 경찰 차량 6대가 불에 타거나 파손됐다. 상점과 은행의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민간 시설의 피해도 속출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폭력 시위에 대해서도 경고 목소리를 냈다.
멜로니 총리는 "어떤 책임이든 최대한 엄정하게 규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편견도 관용도 없이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구실로 경찰을 공격한 사람들은 진실이 아니라 충돌을 원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이 멜로니 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외국인 추방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 국가의미래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이민정책이 더 우경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파키르는 모로코 출신이지만 어린 시절 이탈리아로 이주한 합법 거주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사건은 전 세계적인 반인종차별 시위를 촉발한 2020년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비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키르의 영주권 취득을 도왔던 바르바라 스피넬리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그가 합법 체류자였는지,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따지는 것은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그는 한 인간이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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