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내정에 개입하지 않던 남미 외교 관례 붕괴"
美·남미 우파, 연대 강화 관측…외세 개입, 룰라에 호재 분석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향해 또다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 폴랴지상파울루와 아르헨티나 라나시온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전날 아르헨티나 보도채널 LN+와의 인터뷰에서 룰라 대통령에 대해 "그는 도둑이고 부패했다. 과거 절도와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바 있으므로 범죄자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룰라 대통령의 유죄 판결이 무효가 된 것에 대해서도 "절차상 오류로 풀려났을 뿐 무죄라서가 아니다"라며 "도둑을 도둑이라 부르는 것은 도둑질하는 행위 자체보다 훨씬 덜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룰라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5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야당 대선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출정식에 참석해 "사회주의 쓰레기를 막아내자"며 룰라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브라질 정부가 주아르헨티나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외교적 마찰이 격화했으나 밀레이 대통령은 사과나 진화는커녕 이날 비난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타국 정상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대선 개입에 나선 건 남미 외교가에선 드문 일이다.
올리버 스튄켈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상호 내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지 않던 1990년대 이후 남미의 외교적 관례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브라질과의 갈등 격화는 아르헨티나 내부에서도 상당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대(對)브라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상 간 감정싸움이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의 배후에는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우파 정권의 재집권을 도모하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남미 우파 지도자 간의 정치적 연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최근 브라질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룰라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룰라 정부는 이러한 관세 공격이 야당 후보이자 강경 우파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를 지원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았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재임 2019~2022)의 장남이다.
다만 브라질 내부에서는 이러한 외세의 개입 논란이 오히려 룰라 대통령에게 정치적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외부 세력의 개입에 대한 반발심이 브라질 내 민족주의 표심을 자극해 집권 여당으로 집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스튄켈 연구원은 "룰라 정부가 마음만 먹었다면 밀레이의 입국을 막을 수도 있었지만, 결국 이번 사태가 결집을 유도해 룰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밀레이의 입국을 허용했을 것"이라며 "밀레이와 플라비우 후보가 무대 위에서 벌인 쇼는 대선의 승패를 가를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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