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넘긴 애션브레너…앤트로픽 상장으로 재기할까

입력 2026-08-04 13:20  

벼랑 끝 넘긴 애션브레너…앤트로픽 상장으로 재기할까
"레버리지가 무너뜨렸다" 닷컴시대 개막기 LTCM 위기와 판박이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주목받은 인공지능(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이하 시추에이셔널)'가 핵심 비상장 지분은 지켜내며 몸집을 줄여 살아남았다.
창업자 리오폴드 애션브레너(25)가 이 축소된 몸집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월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무모한 고위험 베팅에 대한 경고음으로 보는 시각과 애션브레너의 안목과 영향력을 감안하면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시추에이셔널이 레버리지로 조달한 상장 주식을 헤지펀드 시타델에 넘긴 후 운용자산이 450억달러(약 64조4천억원)에서 100억달러(약 14조3천억원)로 쪼그라들었지만, 앤트로픽 등 비상장 지분은 그대로 지켜냈다.
투자자 자본으로 조달한 앤트로픽 지분(현재 가치 50억달러·약 7조원)과 반도체 스타트업 매트X, AI 데이터센터 스타트업 플루이드스택 지분 등이다.
애션브레너는 시타델과 거래 직전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 캐피털 등에 앤트로픽 지분 일부 매각을 타진했으나 불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앤트로픽 상장이 예정대로 10월 이뤄지면 애션브레너에겐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앤트로픽이 지난 5월 시리즈H 투자 유치 라운드에서 기업가치를 9천650억달러(약 1천380조원)로 평가받은 만큼 지분 매각 차익이 레버리지 자산 매각에 따른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션브레너 본인은 신혼의 단꿈에 젖어서인지 현재까지 이번 사태와 향후 계획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사태가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 1일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비서실장인 약혼자와 캘리포니아 카멜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제약업계 출신의 투자자 마틴 슈크렐리는 "레버리지 수준을 감안하면 터질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그는 돌아올 것이고, 다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시타델이 신속하게 시추에이셔널의 포트폴리오를 인수하면서 시장 전체로의 연쇄 충격을 방어했고, 오히려 기술주 거래에 필요한 최소한의 신뢰를 지탱해줬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문사 프린스 캐피털의 알렉산더 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에션브레너가 거둔 성과는 결과와 무관하게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무덤 위에서 춤'(grave dance)를 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그의 '천재' 이미지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의 명성이 기술주 시장에서 독보적이지만 이번 펀드 청산의 충격이 투자자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멍에로 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관리사 나벨리에 앤 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에 CIO 역시 이번 좌절이 그의 커리어가 끝났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프라임 브로커들이 레버리지를 부추겨 헤지펀드를 침몰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에션브레너가 월가로 복귀한다면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던 '레버리지 과용'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명심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애션브레너 본인 역시 사태가 정점을 찍은 뒤 보낸 투자자 서한에서 "전적으로 책임진다"며 "이번 경험으로부터 필요한 교훈을 반드시 배우겠다"고 의지를 다진 상태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아론 브라운은 애션브레너가 앞서 지난달 24일 서한에서 자랑했던 상반기 439% 수익률 자체가 '경고 신호'였다며 최적 투자액을 산출해주는 켈리 공식에 기반한 엄격한 리스크 관리 한계를 넘어선 것이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고위험 수익 추구의 본질을 깨달은 그가 향후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 재등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야후파이낸스는 이번 사태를 1998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위기와 겹쳐봤다. 1994년 인터넷 시대를 연 넷스케이프와 2022년 AI 시대를 개막한 챗GPT는 출시 이후 나스닥 흐름이 거의 같은 경로를 그렸는데, 이번 청산 사태도 LTCM이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시점과 거의 같은 지점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LTCM처럼 시장 전반을 뒤흔들 정도의 위협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닮은 건 '똑똑한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 한 곳에 몰아 베팅했다가 레버리지 탓에 버틸 시간을 잃고 무너지는' 개인적 몰락의 메커니즘일 뿐이라는 것이다.
시타델이 하루 만에 포트폴리오를 인수해 시장 전체로의 연쇄 충격을 막고 오히려 신뢰를 지탱했다는 BI발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장기 테제(애션브레너가 제시한 AI 기술 비전)는 기다려줄 수 있어도, 대출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월가의 잔혹한 현실을 재확인한 것이 이 매체의 결론이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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