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임대료 5% 넘게 올렸으면 내년 말까지 팔아야 2년 거주 인정
매입임대 말소 주택 재건축 들어가면 '이전고시일'로부터 1년까지 인정
"상생임대 받으려 임차인 내쫓나…재건축 못파는데 종부세 급증" 반발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초고가·비거주 1주택·다주택자의 세금을 대폭 인상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실타래처럼 얽힌 복잡한 조항들로 인해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로 세부담이 커지게 된 집주인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와 세무사무소, 정부 부처 등에는 세금 변화와 예외조항 등을 확인하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당장 정부의 상생임대인 요건을 갖춘 1주택자들은 임대차 기간이 남은 경우 집을 언제까지 팔아야 하냐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상생임대인 제도는 1주택자가 종전 계약 대비 5%만 인상하는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맺으면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의 2년 거주 요건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상생임대 특례를 올해 말 일몰과 동시에 폐지하기로 하고, 해당 주택을 내년 말까지 팔아야 2년 거주요건을 인정해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임대차 기간이 2028년으로 이어지는 경우 집주인들은 내년까지 집을 팔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보유한 A씨의 경우 2024년 6월∼2026년 6월까지 2년간 임대료를 5%만 올린 상생임대 계약을 맺었고, 올해 6월 말 재계약을 통해 2028년 6월까지 임대 기간을 연장했다.
정부가 마련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올해 말까지 상생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오는 10월 1일부터 2027년 12월 말까지 매도하면 기존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만약 2027년 1월 1일 이후 상생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1년이 되는 날'과 '2029년 12월31일' 중 빠른 날 이전에 매도하면 2년 거주를 채운 것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이런 조건은 현재 임대차 계약이 '상생임대'일 때만 적용된다는 게 재정경제부의 설명이다.
상생임대 계약은 이미 종료됐고,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료를 5% 이상 인상했다면 상생임대 계약이 아닌 만큼 내년 말까지 팔아야 2년 거주 요건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 전까지 양도세 비과세나 장특공제 혜택은 전체 임대 기간에 한 번만 5% 이내로 올려도 매도 시점과 관계없이 받을 수 있던 혜택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종전 규정에 따라 상생임대 종료 후 현재는 정상 계약으로 새로운 임대차 계약이 진행 중인데 갑자기 내년 말까지 주택 매도를 종용하면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해 거액의 위로금이 필요할 수 있고, 그마저도 임차인이 거절하면 장특공제 혜택을 못 받아 양도세 부담이 커진다"며 "현재 실거주가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만 믿고 있다가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고 반발했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집을 팔기도 어렵다.
정부가 토허구역 내에 임차인이 있는 주택은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종전 임대차 기간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줬지만, 이러한 예외규정도 올해 말이면 종료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정부가 토허구역을 해제할 수 없다면 임차인을 낀 거래 허용을 최소 내년까지 연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이 사라지는 매입 임대사업자는 '반값 임대'의 공든 탑이 무너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세제재편에서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주택을 내년 말까지 팔아야 매입 임대사업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특공(50%)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 B씨는 "세부담 증가와 대출규제로 집을 매수할 사람이 없는데 1년 내 모든 주택을 파는 것은 무리"라며 "주택이 여러 채인 경우 1년 내 한꺼번에 모든 집을 팔면 양도차익이 합산돼 세부담이 커지는데 유예기간이 너무 짧아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임대등록 자동말소된 주택이 정비사업에 들어가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에 걸린 임대인들도 "집을 언제까지 팔아야 하냐"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인가(재건축)가 떨어진 아파트는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돼 집을 팔 수 없다.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10년 보유, 5년 거주의 예외 요건을 채우지 못한 탓에 해당 주택을 매수한 사람은 현금청산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번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비사업 추진 단지에 대해선 의무 임대기간 종료일과 조정대상지역 지정공고일, 이전고시일 중 가장 늦은 기산일로부터 1년 내로 매도 기한을 연장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현재 조합원 지위양도에 걸려 못 파는 단지는 공사 진행 후 이전고시일로부터 1년까지 양도세 중과 배제 등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대사업자들은 이번 세제개편으로 종부세 부담이 급증하게 됐는데 매도의 길은 막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등록임대 주택은 대부분 비거주 상태로 기본공제 축소, 세율 인상 등의 여파로 종부세 부담이 종전보다 2∼3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성창엽 회장은 "재건축 단지의 매도 가능 시기가 늦춰졌다고 해도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토지거래허가구역,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집을 팔 수 없어 종부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며 "임대인이 원할 경우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하도록 매도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비거주 1주택자의 세부담이 커짐에 따라 예외를 입증하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비거주 1주택자가 양도세와 종부세에서 거주한 인정을 받으려면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 이전을 했음을 스스로 입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취학, 직장, 질병, 해외체류 등 열거 사유 외에 '이와 유사한 사유로 볼 수 있는 경우'도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과세 관청이 개별 사안별로 사실관계 등을 따져 거주로 인정해주겠다는 입장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유 주택에 거주 못 하는 특수 사례들은 정부가 열거한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할 수 있다"며 "어디까지가 불가피한 사유인지를 놓고 과세 관청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을 경우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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