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수용률 300%"…레바논, 35년만에 사면법 처리

입력 2026-08-12 22:32  

"교도소 수용률 300%"…레바논, 35년만에 사면법 처리
14년 이상 수감 미결수 석방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레바논이 교도소 과밀화와 재판 지연 장기화 문제를 대대적인 사면으로 돌파하게 됐다.
레바논 국영 뉴스통신사(NNA)에 따르면 레바논 의회는 12일(현지시간) 대규모 일반 사면과 특정 범죄 형량의 감경을 골자로 한 사면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 사면법은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상태로 14년 이상 수감된 미결수들로 인한 교도소 과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현재 레바논 수감자 5명 중 4명은 미결수 신분으로 최종 재판과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의회 법안 심사 과정에 인용된 자료에 따르면 레바논 내 25개 교도소를 비롯해 주로 임시 구금용으로 쓰이는 229개 구금 센터 및 유치장에 수감된 인원은 총 8천576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5천756명이 미결 구금 상태다.
레바논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레바논 교도소의 수용률은 300%에 달한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전쟁으로 인해 레바논 남부와 바알베크 지역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대거 이감되면서 과밀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개정법에는 사형수와 무기수의 형량을 징역 17년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레바논에서는 실제 복역 기간 9개월을 징역 1년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수감 기간 기준으로는 12년 9개월에 해당한다.
또 가석방에 필요한 최소 복역 기간을 14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는 내용도 담겼으며, 지난 2000년 이후 이스라엘로 도피한 레바논 시민의 귀환을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그러나 교정 당국은 이번 법 개정으로 얼마나 많은 수감자가 풀려날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레바논의 사면법 처리는 장기 내전 종료 직후인 지난 1991년 이후 35년 만이다.
레바논의 대규모 사면 논의는 여러 정파의 요구로 시작됐다.
특히 일반 사면 논의는 2024년 이웃 국가인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축출 이후 본격화했다. 레바논 내 이슬람주의 수감자 다수가 시리아 내전 관련 사건으로 투옥되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레바논 북부의 수니파 다수 거주 도시인 트리폴리 출신으로, 레바논 군 공격, 무력 충돌 가담, 폭탄 테러 모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은 지지 기반을 위한 사면을 요구해왔다. 불법 대마초 재배가 성행하는 헤즈볼라 및 동맹 정당 아말의 요새인 동부 바알베크와 헤르멜 지역에서는 마약 관련 범죄 및 차량 절도에 대한 사면 요구가 이어져 왔다.
기독교계 정당들도 지난 2000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할 당시 이스라엘 측 민병대에 가담했다가 헤즈볼라의 보복을 피해 이스라엘로 도피한 이들의 가족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할 것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앞서 레바논 의회는 전날 중동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사형제 폐지 법안도 가결 처리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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