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본고장서 17일부터 '시카고' 주인공 '록시 하트' 배역
"지쳐갈 때 찾아온 기회…꿈과 희망 놓지 않은 결과인 듯"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뮤지컬 배우 아이비(44)가 다음 주 미국 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두고 "마치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아이비는 1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뉴욕한인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 '시카고'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게 된 소회를 밝히며 이처럼 말했다.
아이비는 오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미국 뉴욕 앰배서더 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시카고'에서 주인공인 '록시 하트' 역으로 관객과 만난다.
아이비는 "한국에서 수천 번 뮤지컬 무대에 섰지만, 뉴욕에 와 길거리를 걸어 다니니 영어를 배우러 온 유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며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기분이고, 신인 때 아무것도 몰랐을 당시의 마음이다"라고 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둔 감정을 털어놨다.
아이비는 뉴욕의 악명 높은 물가 얘기를 듣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한국에서 정수기까지 챙겨왔다고 털어놓으며 "나는 가난한 유학생"이라고 웃음짓기도 했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범죄자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가 유명 가수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30년간 1만2천회 이상 공연됐다.
아이비는 '시카고'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 지난 2012년 처음 출연한 후 2024년까지 여섯 시즌에 걸쳐 600회 가까이 무대에 오른 '준비된 록시 하트'다.
브로드웨이 제작사 측은 홈페이지에 아이비의 록시 하트 배역을 예고하며 아이비를 "K팝 스타이자 배우"라고 소개했다.
아이비는 이번 브로드웨이 진출을 두고 "어떻게 보면 뮤지컬 배우 일에 지쳐 있기도 했고 동기부여를 잃어가던 시기에 찾아온 기회"라며 "죽는 날까지 꿈과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진출과 관련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역시 의사소통을 꼽았다. 그는 "영어로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할 수 있는 수준이고, 지금도 소통이 수월하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통역 없이 직접 부딪혀 보는 것만으로 영어가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배우들에 대해선 "발레나 무용을 기본기로 다진 배우들이 많아서 그런지 몸을 잘 쓰고 몸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브로드웨이의 관객 분위기에 대해선 "한국 관객들은 집중해서 조심스럽게 관람하는 편인데, 브로드웨이는 현지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파티에 즐기러 온 듯한 분위기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아이비는 뮤지컬 시카고는 자신이 가장 오래 공연했고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인생 작품'이라면서 영어 대사로도 관객들이 록시에 감정을 이입하고 동화할 수 있도록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이비는 자신의 도전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 배우들에게 브로드웨이의 문이 더 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저의 브로드웨이 진출 소식에 한인 배우는 물론 아시아계 배우 커뮤니티 전체에서 환영하고 응원해줘서 감사했다"며 "저의 도전으로 한국과 아시아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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