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바레인내 군수거점 파괴…美, 3천500㎞ 밖 섬으로 변경
장기배치 승조원들 '한계'…생활여건 악화에 정신건강 문제 속출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이란 앞바다에 수개월째 떠 있는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직면한 위기의 시발점은 전쟁 초기 미군기지를 노린 이란의 공격이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28일 이란은 바레인의 미 해군 기지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습했다.
이란이 감행한 보복성 공격은 바레인 기지의 상당 부분을 파괴했다. 기지가 화염에 휩싸이면서 미군이 수십년간 의존해온 주요 군수지원 거점도 함께 사라졌다.
미 해군은 항모에서 24시간 일하는 승조원들에게 식량을 계속 공급하고 향후 이란 항구 봉쇄를 유지하기 위한 대체 거점이 필요했다.
다른 중동 지역 항구를 겨냥한 이란의 공격 위협이 이어지자 미 국방부는 작전 중인 오만만에서 약 3천540㎞ 떨어진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섬의 영국군 관할 기지로 눈을 돌렸다.
한 미군 관계자는 NYT에 "바레인의 해군 기지가 심각한 피해를 본 이후 해군이 디에고 가르시아를 주요 수송 거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란이 지난 3월 20일 디에고 가르시아를 향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쐈는데 이는 미군의 새 군수지원 기지가 됐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바레인이 이 지역 미 항공모함들이 승조원 휴식을 위해 정박하던 항구였다는 점이다. 바레인 군수지원 거점이 사라지면서 승조원들은 배에서 내려 며칠 휴식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링컨함은 5천명의 승조원을 태우고 지난해 11월 21일 미 샌디에이고의 모항을 떠났다. 중동으로 가는 도중 12월 괌에 한차례 기항한 뒤 올해 7월 7일 오만에 잠시 들를 때까지 208일 연속 해상에 머물렀다.
미 언론들은 이를 현대 해군 역사상 전례 없는 장기 해상 배치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승조원들이 극심한 피로와 사기 저하에 시달리며, 투신 시도가 잇따르는 등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물자 공급이 어려워져 승조원들의 생활 수준도 급격히 저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승조원들의 9개월 가까운 장기 파병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코네티컷)은 피트 헤그세스 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생필품 및 정신건강 악화 문제가 보고됐다며 링컨함 생활 여건에 대한 답변을 촉구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링컨함의 장기간 배치로 승조원들이 열악한 상황에 몰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배치 기간이 "충분히 길지 않았다"며 이를 일축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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