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공기에 바짝 마른 땅…폭우 내리면 대형 재해 우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기록적 폭염과 산불로 고통받는 유럽에 극한기후 여파로 이번에는 물난리가 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BFM TV에 따르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산불 피해를 입은 남서부 지롱드 지역을 방문해 "하나의 재난이 또다른 재난을 예고할 수 있다"며 올 겨울 심각한 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도 지난 14일 "엘니뇨와 몇 가지 문제 때문에 가을과 겨울에는 비가 많이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산불 뒤에 홍수가 닥칠 수 있다"고 했다.
버넘 총리는 "몹시 습한 올해 후반부로 접어들면 건조한 땅 상태 때문에 홍수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며 홍수 대응체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매지 영국 기상청 대변인은 "강력한 엘니뇨와 비가 많이 내리는 가을은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총리 말이 분명히 맞다"고 거들었다.
이론적으로는 폭염으로 따뜻해진 대기가 수분을 더 많이 머금어 폭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장기간 가뭄으로 딱딱해진 땅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질 경우 빗물이 충분히 흡수되지 못하고 흘러내려 홍수와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 빗물을 머금을 산림과 낙엽이 산불로 예년보다 줄어든 점도 위험 요인이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유럽에서 모두 1천664건의 산불이 나 최근 20년 평균의 배를 넘는 58만153㏊(헥타르)가 불탔다. 이는 룩셈부르크 영토의 2.2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프랑스와 벨기에·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등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인명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전날 그리스 아테네 인근 살라미나섬에서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데 이어 스페인 동부 아라곤에서는 산불 진압에 투입된 차량이 전복되면서 군인 1명이 사망했다.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이날 산불 피해를 크게 입은 지롱드·랑드 지역 재건에 1천200만유로(약 197억원)를 투입하고 주택 재건축 허가도 빨리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롱드 지역 주민 약 200명은 검은 옷을 맞춰 입고 총리에게 야유를 보내며 당국의 산불 대응에 항의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지역은 올해 산불로 4만2천㏊가 불타고 주민 22만명이 대피했다. 지역 주민들은 주택 수백 채가 불타는 데도 부유층 휴양지인 인근 캅페레 반도로 번진 산불 진압에 더 신경 썼다고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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