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한 달, 초장기채만 무너졌다…"정책보다 수급"

입력 2026-08-19 08:00  

기준금리 인상 한 달, 초장기채만 무너졌다…"정책보다 수급"

기준금리 인상 한 달, 초장기채만 무너졌다…"정책보다 수급"
8월 연속 인상 우려에도 통화정책 민감한 단기물 금리는 안정
장기물 금리 위주로 상승하며 베어 스티프닝



(서울=연합뉴스) 강수지 기자 = 지난 7월 한국은행이 3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국고채 단기물 금리는 내렸지만, 장기물 금리는 급등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물이 기준금리 인상에도 안정을 찾은 것과 달리 초장기물만 약세를 이어가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채권시장 부진의 원인이 정책금리보다 재정과 국채 수급 요인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 최종호가수익률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847%, 10년물은 4.382%, 30년물은 4.751%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와 비교하면 3년물은 5bp 하락한 수준인 반면, 10년물은 5bp 상승했고, 30년물은 무려 23bp 급등했다.
단기 금리가 하락하고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서 장단기 금리차는 빠르게 벌어졌고, 만기별 금리를 이은 수익률곡선도 가팔라졌다(베어 스티프닝).
3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6월 말 39bp 수준에서, 지난 18일 54bp로 확대됐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확대된 수준이다. 10년물과 30년물 금리차도 같은 기간 26bp에서 37bp까지 벌어졌다. 지난 12일에는 39bp 넘게 벌어지며 30년물 발행 이후 가장 큰 금리차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만기가 길수록 같은 금리 상승에도 평가손실이 커진다. 특히 국고채 장기물은 정부와 기업의 장기 자금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줘 시장 전반의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금리 상승 자체보다 상승 폭이 장기 구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베어 스티프닝은 정책보다는 수급 영향"이라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유일한 원인이라면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3년물 금리도 함께 올랐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인용해 "2024년 말 0.2% 수준이던 기간 프리미엄은 올해 5월 말 1.4%까지 약 120bp 확대된 반면, 같은 기간 기대 단기금리는 10bp 상승에 그쳤다"며 "10년물도 재정과 글로벌 장기금리 부담을 반영하고 있지만, 30년물에는 이보다 훨씬 강한 수급 프리미엄이 가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간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채권을 장기 보유하는 데 따른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뜻한다.
이러한 프리미엄 확대의 배경에는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 투자기관의 수요 구조 변화가 자리한다. 금리 수준과 무관하게 유입되던 상시 수요가 약해지고, 금리가 충분히 올라야 매수가 들어오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달 말 예산안에 담길 국채 발행 계획과 재정지출 규모도 변수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 10년물은 예산안 발표 전까지 4.30%대를 적정 레벨로 판단한다"며 "월초 10년물 국채 강세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견조한 성장이 금리 하단을 막고 재정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장기 국고채 매수에는 계속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장기금리도 비우호적인 재료다. 미국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국내 장기채 투자자도 상대금리와 환헤지 비용을 감안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 안정을 시사하는 지표에도 미국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행보에 대한 불신과 하반기 고질적인 국채 수급 부담이 장기 영역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수익률곡선의 안정 없이는 금리 안정도 없다"며 "금리의 하향 안정화는 매우 더디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스티프닝이 무제한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명실 연구원은 3년-10년 스프레드가 45∼60bp, 10년-30년이 25∼40bp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3년-10년이 60bp, 10년-30년이 40bp에 접근하면 신규 스티프너 구축보다 차익실현 또는 플래트너(수익률 곡선 평탄화)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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