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AI 채권 홍수…"장기금리 정상화 진입" 해석도

입력 2026-08-19 10:01  

재정건전성·AI 채권 홍수…"장기금리 정상화 진입" 해석도

재정건전성·AI 채권 홍수…"장기금리 정상화 진입" 해석도
GDP 100% 도달한 미 국가부채…이자비용만 세입의 20%
AI 데이터센터發 회사채 발행 러시도 요인
복합 요인 얽혀…"단기 해소 어렵다" 전망
모기지 비용 증가…중간선거 앞둔 트럼프에 부담 가중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김태균 기자 =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5.33%까지치솟았다. 2007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금리도 최근 4.75% 수준으로 올라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독일과 프랑스의 장기 국채금리도 각각 2011년과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 유가상승·금리인상 전망이 직접적 트리거
장기물 국채금리 급등의 직접적 도화선은 국제유가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사실상 막힌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방해가 되면 동맹국 오만까지 폭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18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대로 이어진다.
실제 일본에서는 물가 우려 속에 일본은행이 이르면 9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며 장기 국채금리를 밀어 올렸다.
장기채는 만기까지 수십 년간 인플레이션에 노출되는 만큼 물가·금리 전망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흔들리는 자산이다.

◇ 눈덩이 재정적자…40조달러 국가부채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지난 7일 현재 39조8천850억달러다. 지난 17일 40조달러(약 5경6천282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외부 투자자·외국정부가 보유한 '공공보유' 국채가 32조145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 근접해 2차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이런 부채는 해마다 쌓여온 재정적자의 결과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 전망치를 2조1천억달러(약 2천955조원)로 이전보다 높였다.
재정적자가 계속 커지면 이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물량도 함께 늘어나는데, 시장이 이 물량을 소화하려면 투자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장기채는 수십 년 뒤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얹혀 투자자가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확대되며 단기채보다 금리가 더 크게 뛰는 구조다.
이렇게 뛴 금리는 다시 연방정부 이자비용을 불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연방정부 이자비용은 이미 세입의 5분의 1을 잡아먹는 수준까지 불어났고, CBO 집계로 과거 50년간 GDP 대비 평균 2.1%였던 이 비용은 올해 3.3%, 2036년엔 4.6%까지 오를 전망이다.
금리가 전망치 대비 0.1%포인트만 올라도 순이자 비용이 3천790억달러(약 536조원) 늘어날 수 있다고 CBO는 분석한다
신임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체제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장기채 금리 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 AI 데이터센터發 회사채 발행 러시
하이퍼스케일러(대형 AI 데이터센터 운용사)들의 채권 발행도 금리를 밀어 올리는 또 다른 축이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플랫폼·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올 상반기에만 1천590억달러(약 223조7천억원) 규모 회사채를 찍어 이미 지난해 연간 발행액을 넘어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전체 하이퍼스케일러 차입 규모를 1천400억∼1천750억달러(약 197조∼246조원)로, UBS는 누적 공모 부채가 연말까지 2천300억~2천400억달러(324조∼338조원)에 이를 것으로 각각 추정했다.
모건스탠리 집계 결과 민간신용 등 부외 조달까지 합친 전 세계 AI 관련 부채는 올해 5천700억달러(약 80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지난해의 두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높은 신용등급 회사채와 국채는 투자자 입장에서 상당 부분 대체재 관계여서 하이퍼스케일러의 채권 발행이 몰리면 회사채가 먼저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고 국채도 이에 맞춰 금리를 올려야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메타·브로드컴 등이 데이터센터·AI 칩 조달 부채에 적용해온 '잔존가치 보증' 구조로 인한 부외 우발채무도 약 700억달러(98조5천억원) 규모로 추산돼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 부채가 쌓이고 있다는 점도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 복합 요인 얽혀…단기 해소 어렵다
장기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모두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계속됐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위기 이전의 평균적 금리 체계로 회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결국 시중 금리가 추가로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해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 매수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연구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근본 문제는 급등하는 금리가 아니라 막대한 재정적자"라며 "만약 우리가 단 한 가지 요인만 주목해야 한다면 이는 향후 10년간의 재정적자 전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유권자 고통 커져…트럼프 '최악 뇌관' 될까
장기 국채금리는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끌어올려 가계 부담을 늘린다. 이 문제가 정치권의 최악 뇌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와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뒤 지속적으로 모기지 금리 인하를 공언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재정적자를 줄여 시장내 채권 공급을 축소하고 10년물 국채금리를 안정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가 됐다. 시중 차입 비용의 증가로 유권자들의 고통이 커지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을 막고자 전방위 대응책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엔화 방어를 지원해 일본 당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하지 않게 유도한 것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런 적극적 대응에도 국채금리는 결과적으로 올라 정책적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크레딧사이츠의 잭 그리피스 매크로 전략 총괄은 "결국 베센트의 대응 조처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향후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짚었다.

jooho@yna.co.kr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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