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한국·조선 두 개 국가 평화공존 향해 갈 것…지속적인 안정 낙관"
中, 과거에는 주로 '양국'으로 표현…전문가 "평화공존 문제의식 공유 차원"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남북을 '두 개의 국가'(兩個國家)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한국 일각에서 중국이 최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수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왕 부장의 언급은 한국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9일 조현 한국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중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왕 부장은 질문을 받고 조선반도(한반도) 정세에 관한 견해를 소개했다"며 "중국의 일관된 원칙적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중국 보도자료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강대국)으로서 그 외교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고, 반도(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한국과 조선(북한) 두 개의 국가가 점차 평화 공존을 향해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반도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안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두 개의 국가' 언급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을 시사한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하고 민족·통일 개념을 폐기했는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던 중국이 '두 개의 국가'라는 표현으로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두 개의 국가' 언급이 새롭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새롭지 않은 표현으로 본다"라며 "(왕 부장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남북을 분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언급을 한 것은 아니고,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남북 양자 관계 발전을 언급하는 맥락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도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수용한 차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왕 부장의 발언은 한반도 평화공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통일부도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론' 개념을 사용하고 있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역시 사실상 북한의 국가성(statehood)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미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데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한국의 대북 정책도 사실상 남북 연합에 기초한 공존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한반도 평화공존'을 중국식으로 받아 다시 거론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과거 중국 정부는 남북을 주로 '양국'이라고 표현해왔고 관련 사례는 과거 기록에서 적지 않게 발견된다.
중국 외교부는 2018년 1월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조한(북한과 한국) 양국 지도자가 상호 관계를 개선하고 조선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등의 긍정적인 정보에 주목했고, 이는 좋은 일"이라고 했다.
또 2023년 4월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에서는 "조선과 한국은 모두 이미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라고 했다.
더 과거로 돌아가 보면, 중국 외교부가 2011년 리커창 당시 총리의 방북 성과 설명 자료에서 "조한 양국은 중국이 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발휘한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모두 높이 평가했다"고 하기도 했다.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가 '한조(조한) 양국'이라는 표현을 쓴 사례도 많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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