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앞두고 드골 열풍…"좌우 없이 드골주의자 자처"

입력 2026-08-25 01:52  

프랑스 대선 앞두고 드골 열풍…"좌우 없이 드골주의자 자처"
전기 영화 500만명 돌파…대선 주자들 앞다퉈 촌평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프랑스 정계에서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지도자 샤를 드골(1890∼1970) 전 대통령을 재조명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앵포 등에 따르면 드골 전 대통령을 다룬 2부작 영화 '드골의 싸움'(La Bataille de Gaulle)은 지난 6월 개봉한 이후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2부작을 합쳐 상영 시간이 5시간이 넘는 이 영화는 드골이 나치에 대한 저항을 이끌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과 갈등 속에 프랑스의 주권을 지키려는 과정을 다룬다. 개봉 초기에는 부진한 성적을 내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내년 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 영화가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정치인들은 앞다퉈 드골을 입에 올리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가 대미 의존에 의문을 품고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논쟁을 벌이며 군사적 의존성과 기술적 취약성의 시대에 주권의 의미를 묻는 시점에 이 영화가 나왔다고 짚었다. '드골의 언어'가 21세기에도 통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국가는 비판으로만 살 수 없고 정당성을 부여하고 희생에 의미를 부여하며 제도가 지킬 가치가 있다고 국민을 설득하는 기반 서사가 필요하다"며 "이 영화는 과거보다는 현재의 니즈에 관해 더 많은 걸 들려준다"고 분석했다.
드골주의는 국가의 자주독립, 강력한 대통령제 중심의 국가 권력, 국가 단합 등을 특징으로 한다.
프랑스에서는 기성 중도 정치에 대한 회의론 속에 극우와 극좌로 지지층이 나뉘는 정치 분열이 극심하다. 또한 국제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대서양 동맹관계 긴장 고조, 미국 중심의 기술 경제 패권에 대한 유럽의 경계와 반발이 높아진 상황이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는 지난달 대중지 파리마치와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성공은 프랑스 국민이 '의미'와 '균형감'을 갈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내년 대선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걸로 전망되는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드골을 거듭해서 인용하면서, 자신이 추진하는 반이민 정책을 드골이 제도화한 국민투표를 통해 못 박으려 하고 있다.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전시에 드골이 보여준 '놀라운' 불굴의 의지와 친국가 정책에 경의를 표하면서 자신의 선거운동을 부각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중도 좌파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도 앞서 "(영화를 보러) 가서 프랑스를 위대하게 만드는 게 뭔지, 자유의 가치와 그 대가가 무엇인지 보라"고 권했다.
실비 코프만 르몽드 칼럼니스트는 24일 FT 기고에서 "프랑스는 여전히 드골의 1958년 헌법에 의해 통치되므로 그는 한 번도 정계를 떠난 적이 없기는 하지만, 그의 전설적 역할에 대한 재조명은 그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주장의 증가세와 맞물려 있다"며 "극좌에서 극우까지 갑자기 모든 프랑스 정치인이 드골주의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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