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AI 변곡점 도달
메모리값 급등 속 386조원 구매약정

(서울=연합뉴스) 주종국·정주호 기자 = 엔비디아가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매출총이익률(마진) 압박을 대규모 공급망 확약과 강한 성장 전망으로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2027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 발표 성명에서 "인공지능(AI)은 지금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컴퓨트(연산자원) 수요가 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 내년 매출 70% 성장 전망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2028회계연도 매출이 약 7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장기간에 걸친 매출 가이던스를 공개했다.
황 CEO는 " 우리는 지금까지 1년 앞선 실적을 예측하거나 가이던스를 제공한 적 없다"고 했다.
이런 전망치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인 '45% 성장'을 훨씬 웃돈다.
엔비디아는 더 많은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믿기 힘들겠지만 수요 가속을 보고 있다. 고객사들의 전망치는 우리 회사의 성장이 내년에 두 배로 증가할 것임을 가리킨다"며 "우리는 더 많은 공급을 간절히 바란다. 얼마나 우리가 더 많이 해낼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1천80억달러(약 149조5천억원)를 제시했다

◇ 마진 가이던스 71∼72%로 하향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를 74%(±0.5%포인트)로 제시했다. 2분기는 75%였다.
4분기엔 71∼72%까지 낮아져 저점을 찍은 뒤, 2028회계연도부터 72∼73%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마진을 70%대 중반에서 지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는데, 최근 "극심한(extreme)"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국면에서 이 목표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인정한 셈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을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가격 급등이 마진 하향의 직접적 배경으로 지목된다.
크레스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현재의 메모리 공급 부족은 상당 부분 AI 인프라 구축 자체가 초래한 것"이라며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진 것은 우리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것과 같은 수요 급증의 한 증상"이라고 말했다.
마켓워치는 엔비디아가 내년 초부터 제품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 등 차세대 AI 서버 가격을 15% 이상 인상하겠다고 고객사에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크레스 CFO는 "원가 개선과 생산주기 단축, 제품 구성(믹스) 조정 작업을 통해 매출총이익률을 70%대 중반에서 지키려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메모리 공급난 속 구매약정 확대
엔비디아는 이런 메모리 공급난 속에서도 오히려 조달 규모를 크게 늘렸다.
회사는 이날 실적 자료에서 공급·설비 관련 약정(commitment) 규모가 1분기 1천190억달러(약 165조원)에서 2분기 2천790억달러(약 386조원)로 늘었다며 "주로 메모리 조달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약정 물량은 2027∼2029회계연도에 집중돼 있고, 2030회계연도 이후분은 모두 합쳐 120억달러에 그친다.
엔비디아는 2분기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260억달러(약 36조원)를 주주에게 환원했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 "AI는 변곡점"…경쟁엔 자신감
황 CEO는 성명에서 "AI는 지금 변곡점에 도달했으며, 이제 유용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토큰들은 생산적이며 수익성이 있다. 이제 컴퓨트는 매출"이라며 "수요는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이맘때만 해도 단 한 곳의 연구소가 인프라 구축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AI 연구소와 스타트업들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AI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둘러싼 '순환금융' 우려에 대해서도 "이 지원의 규모를 잘 알고 있고, 일부가 이를 순환금융이라 부르는 것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상황을 다르게 본다"고 선을 그었다.
주요 AI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약 500억달러로 엔비디아 잉여현금흐름(FCF)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다 범용성이 높고 내구성이 뛰어난 AI 연산 서버를 필요시 다른 고객에 재배치할 수 있어 재무적 위험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픈AI·앤트로픽 투자에 대해서는 "한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며 "유일하게 후회하는 것은 더 많이, 더 일찍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자체 개발 중인 AI 칩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고 있다. 상당수의 맞춤형(커스텀) 칩 프로젝트는 추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엔비디아는 여러 클라우드에 걸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완전한 AI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두 회사가 각자 자체 칩을 개발 중인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우리 기술이 이들에게 계속해서 탁월한 선택지가 되리라 100%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 2분기 실적, 시장 기대 웃돌아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962억2천만달러(약 133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921억7천만달러)를 40억달러 이상 웃돈 수치다. 13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2분기 주당순이익(EPS)도 2.22달러로, 시장 전망치(2.1달러)를 상회했다. 매출총이익률은 75%, 영업이익률은 66.5%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정규장에서 1.59% 내린 209.66달러로 마감했으나, 이 같은 전망에 힘입어 시간외 거래에서는 4.7% 오른 219.53달러로 반등했다.
정규장에서의 하락은 앞서 제시된 3분기 마진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관련주인 마이크론(+3.8%)과 샌디스크(+3.7%)도 시간외 거래에서 동반 강세를 보였다. 정규장에서 약세였던 코어위브(+5.5%)와 네비우스(+5.8%)는 시간외 거래에서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마벨(+4.4%)·인텔(+1.9%)·브로드컴(+1.8%)·AMD(+0.8%) 등 반도체·AI 인프라 관련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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