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계좌 털어 작전 비용으로 써…저금통 깨졌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란 전쟁이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미 해군이 예산을 '돌려막기' 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자체 확보한 미 해군 예산 관련 미 국방부의 내부 메모를 근거로 "해군 부처가 전투 작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급여계좌까지 '탈탈 털어' 쓰면서 계좌 잔액이 부족해졌다는 내부 경고가 나왔다"고 전했다.
미 해군 미래국가위원회의 할런 울먼 위원도 개인 견해를 전제로 "저금통이 깨졌다"고 진단했다. 한 당국자도 해군이 현금이 없어 지상 시설의 일반 유지보수 작업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다른 해군 당국자는 "급여로 쓰여야 할 돈이 해외 비상 작전에 유용됐고 미집행 예산으로 돌려막고 있다"며 "우리가 봉급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급여 계좌를 임시방편으로 채워 넣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가디언은 미 해군이 이란 전쟁 초기 공습 편대를 지원했고 이후 광범위한 해상 봉쇄를 담당하게 되면서 예산에 급격히 과부하가 걸렸고, 이에 미 정부가 의회에 긴급 예산을 요청했지만 반전 여론이 커지면서 승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미 해군 대변인은 이런 지적에 대해 유지보수·운영 자금이 고갈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미군 내부에서 현금 부족이 더는 비밀이 아니라고 짚었다.
보수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AEI) 국방분석가 토드 해리슨은 이 신문에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을 뿐"이라며 "국방부 지도부가 점점 더 정치적 부담이 되는 전쟁 탓에 미래의 군 대비 태세를 훼손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해설했다.
군 역시 이런 위기를 모르진 않았다.
올해 5월 대럴 코들 미 해군참모총장은 의회에 7월께 자금난이 들이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울먼 위원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는 의회의 승인 결의가 있어서 자금 지원이 원활했는데 이번엔 무력사용권(AUMF)이 없었기 때문에 의회가 전쟁 비용을 대줄 의무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백함대(Great White Fleet)를 전 세계에 파견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자신을 자주 견주면서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을 발표했었다. 역사상 최대 군함이 될 '트럼프급' 함선 건조 계획도 이 해군력 확장 구상에서 나왔다.
가디언은 이런 야망과는 다르게 해군의 현실적 자금난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일종의 굴욕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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