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일본에 반도체 투자 검토 이유는…탄탄한 소부장 생태계

입력 2026-09-02 16:36  

최태원, 일본에 반도체 투자 검토 이유는…탄탄한 소부장 생태계
메모리 수요 대응 위한 글로벌 공급망 확보 전략상 우위
서남권 클러스터·미국 추가 투자 등 글로벌 거점확보 지속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을 반도체 투자 후보지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현지 정부 지원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중요하게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화하는 메모리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충이 업계 최대 과제가 된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기에 일본 또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 회장은 미국과 국내에서도 공격적 투자 계획을 천명한 만큼 추가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글로벌 행보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와 공동 생산 가능성에 대해 "하나의 선택지"라는 취지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공급망 공유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 가능성도 거론했다. 일본 내 생산시설 투자 역시 여러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TSMC와 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를 적극 지원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을 다시 구축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탄탄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도 반도체 투자에 유리한 조건이다.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는 일본 미야기현은 글로벌 반도체 식각 장비 선두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을 필두로 소부장 업체와 산학연 R&D 생태계가 밀집해있다.
이들 중 다수가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 또는 고객사여서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일 조건도 갖춰졌다.
최 회장이 일본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조건이 좋은 곳이면 어디든 투자하겠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제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반도체 투자 계획에 대해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며 "전세계를 다 찾아서 어디가 제일 좋고 빠르고 크게 할 수 있는지 우선순위를 가려서 빨리 짓는 게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처럼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공격적 투자 계획은 메모리 수요 증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에 가면 일본 공장을 검토한다고 하고 미국에 가면 미국 공장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최대 투자를 단행해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밝혔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추격 가속화도 언급하며 "SK하이닉스도 과거보다 10배 빠르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력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이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메모리를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이를 위한 여러 투자 후보지 중 하나로 일본이 검토되는 것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추가 거점 확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최 회장은 향후 5년 내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SK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일정을 기존 계획보다 대폭 앞당기고 청주와 서남권까지 생산 벨트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시에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는 차세대 HBM을 위한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구축에 나선 데 이어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SK하이닉스의 고민은 일본에 공장 하나를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수년간 폭증할 AI 반도체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며 "한국을 핵심 생산기지로 두면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의 다양한 선택지를 함께 검토하는 것은 AI 시대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고민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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