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주연 배우로 베네치아영화제 찾아
조인성 "현장 그리움으로 남아"…조여정 "행복했다"
수상 가능성엔 "한치 의심의 여지없이 믿어…좋은 꿈 꿨다"

(베네치아=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제83회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신작 '가능한 사랑'에서 '진짜' 사람의 삶을 담아내려고 한 이창동 감독의 고민을 함께 나눠 진 건 배우들이다.
이 감독은 연기하는 배우들을 괴롭히곤 하는 건 '진심으로 자기 속에서 나오는 것 같지 않다는 자기 의심'이기에 "내 배우들이 자기를 속이지 않기를 바랐다"면서 "배우들이 그걸 잘 느꼈던 것 같고, 놀랍게도 배우들이 현장을 즐거워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가능한 사랑'에서 네 인물을 몰입하며 따라가다가 퍼뜩 '아, 이거 진짜 아니고 연기지' 정신이 돌아오며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 여러 번 찾아온다. 영화 첫 공개를 앞둔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함께 만난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도 그 현장이 그립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설경구와 전도연은 특히 이창동의 '페르소나'라 할 만한 배우들이다.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에 이어 호흡을 맞춘 설경구는 "감독님을 늘 꾸준히 봬서 오랜만의 장편 영화인데도 감독님과의 작업에 차이를 못 느꼈다"며 "다만 현장 분위기는 차이가 좀 있었다"고 했다.
이에 전도연은 "감독님의 스타일이 달라졌다기보다 감독님의 스타일에 우리가 익숙해졌다고 하는 게 맞는다"라고 말을 받았다.

전도연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밀양'(2007)을 함께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감독님 스타일이나 연출 방식을 잘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감독님이 어떻게 하시는지 아니까 현장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감독과 배우들 간 편안한 호흡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조인성과 조여정이다. 이 감독도 이들이 준 새로운 에너지가 또 다른 창의적 현장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조인성은 "감독님과 처음이라 두렵고 압박감을 느꼈지만 누나(전도연)와 오랜만에 하는 설렘도 있었고 첫 장면을 찍고 나서 좀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조인성과 전도연은 드라마 '별을 쏘다'(2002)에서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조인성은 "선배들이 저희보다 경력이 높지만 감독님 앞에서는 다 공평해지는구나, 고민하고 잘하고 싶어 하고 이게 맞는 걸까 질문하고 의심하는 건 똑같구나 하면서 동료애가 생겼다"며 "엊그제도 '우리의 합이 참 좋았어'라고 할 정도의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조여정도 '가능한 사랑'의 무게감 때문에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사흘간 답하지 못할 만큼 어려움을 느꼈지만,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감독님의 영화에 '냄새'가 정말 너무 진한 거다. 너무 하고 싶은데 너무 큰 걸 맡겨주시는 거라 정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출연을 결정한 조여정은 전도연에게 '언니 눈만 보고 가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그 문자가 정말 빈말이 아니었다. 현장에선 미옥이만 보자고 노력했고, 그렇게 그 안으로 점점 들어가려 했던 것 같다"며 "언니가 현장에 있고 상우(조인성)가 오면 정말 든든하더라"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미옥(전도연) 부부가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상우(조인성) 부부와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안정적으로 높은 수준의 연기를 구현하는 배우 전도연이 이번에 맡은 인물 미옥에게서 찾아낸 닮은 점은 의외로 '불안함'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든 작든 불안을 안고 산다"며 "미옥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였다기보다 아무 생각 없이 그 상황에서 미옥의 감정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미옥의 불안함은 시한폭탄처럼 곪아 터지기 직전의 상처를 안고 사는 남편 호석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게 터질까 미옥과 함께 조마조마하다가 호석이 이를 터뜨리는 장면에선 숨을 훅 멈추게 된다.
설경구는 인물의 감정이 어렵게 쌓이다가 폭발해야 할 이 장면을 날씨 등 촬영 여건 탓에 초기에 예고도 없이 '불쑥' 찍어야 했고, 첫 시도에서는 해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 되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나중에 찍었는데, 그날 해보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음에 찍을 때 뭔가 조금 찾겠더라"고 말했다.

미옥은 불안함을 안고도 자신과 호석을 믿으며 삶을 살아가는, 제목에서 말하는 '가능한 사랑'을 구현해 내는 인물이다.
전도연은 "미옥의 밝음, 어떤 상황에 있어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면서 미옥을 연기하면서도 "뭔가를 크게 생각하거나 고민하거나 어떤 설정을 하거나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가장 큰 믿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도연은 자신에 대한 불신이 가장 컸던 때가 '밀양' 때였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때 자신을 믿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뭔가를 더 잘해야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믿고 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지난달 말 제작발표회에서 영화배우로서 얼굴을 알린 '박하사탕'으로부터 26년이 지난 이번 영화에서 '초심'으로 돌아가려 했다고 말했다.
그 의미를 묻자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고 이창동이어서 하고 싶었고, 책(시나리오) 달란 소리도 안 하다가 나중에 책을 봤더니 긴장이 딱 됐다"며 "긴장하고도 그때 감정이 생각이 났다. 그게 초심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도연은 그걸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직접 촬영 에피소드를 꺼냈다. 앞서 언급된 호석의 고통이 폭발하는 장면을 촬영했을 때 전도연이 다가가 "오빠 힘든데 괜찮아?"라고 묻자 설경구가 "이렇게 우리를 더 고통스럽고 고민하게 만드는 현장이 어디에 있냐. 나는 이 현장이 너무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전도연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경력이 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게 과연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고, 가장 중요한 건 (배우로서) 자신에 대한 만족인데 오랫동안 그런 게 없어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기대했던 게 (설경구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배우로서 이번 영화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꼽아달라는 취재진 주문에 조인성은 "(전도연)누나랑 해변에서 찍은 장면이 영화에서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고 현장에서도 힘들게 찍었기에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예지가 촬영 대상을 향한 마음을 상우에게 말하는 장면을 기억에 남는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감독님은 늘 정답이 없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그래도 뭐가 있긴 있다.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가 원하는 지점이 있다"며 "처음 찍은 게 이게 아닌 것 같아서 다시 했는데 저번보다 나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정말 연기하면서 이렇게 행복한 날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싶게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가능한 사랑'은 6일 베네치아에서 세계 최초 상영을 하고, 황금사자상을 놓고 쟁쟁한 세계의 영화들과 겨루게 된다.
수상 기대감을 묻자 전도연은 "한 치 의심의 여지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그 상을 받으면 또 다른 영화를 찍을 원동력이 돼 주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상을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여정은 좋은 꿈을 꿨다고 했다. 기왕이면 황금사자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꿈은 이창동 감독이 아닌 제작사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에게 팔았다고 한다. 꿈이 이뤄져야 하기에 꿈 내용은 비밀이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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