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마지막 미군장병'의 퇴역…그 뒤엔 美국방장관의 몽니"

입력 2026-09-07 04:48  

"'아프간 마지막 미군장병'의 퇴역…그 뒤엔 美국방장관의 몽니"
NYT, '한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인재' 도너휴 대장 해임 막후 조명
특수부대 출신 전략통…트럼프 1·2기때 아프간 철수·우크라 전쟁 중심에
"드론·위성·AI 묶은 현대전 모델 추진…헤그세스에 '미운털' 박혀 좌절"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시간으로 2021년 8월 30일 밤 11시 59분, 수도 카불의 공항에 있던 5기의 미 C-17 수송기 중 마지막 수송기가 이륙했다.
20년에 걸친 미군의 아프간 주둔이 끝나는 순간이었으며, 당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설정한 철수 시한(8월 31일)을 1분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마지막 수송기에 가장 나중에 탄 군인은 아프간 철수 작전을 지휘했던 82공수사단장인 크리스토퍼 도너휴 소장이었다.
도너휴 소장은 지휘관이 마지막에 탑승하는 공수부대 전통에 따라 그날 밤 11시46분 수송기에 올랐다. 이 모습을 사진병이 야간투시경을 이용해 촬영·배포했고, 아프간의 '마지막 미군 장병'이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미군 철수 당시 카불 공항 일대는 아비규환의 연속이었다. 탈레반의 보복을 피해 탈출하려던 아프간 국민 수천 명이 공항 활주로를 메웠고, 이륙하려는 비행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철수 작전 종료 나흘 전(8월 26일)에는 공항 출입구 중 애비(Abbey)게이트 앞에서 이슬람공화국(IS)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 테러로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170여명이 사망했다.
애비게이트 폭탄 테러는 2024년 미 대선 쟁점으로도 떠올랐다. 바이든 행정부가 작전을 어설프게 진행해 참극이 발생했다는 주장과, 전임 행정부인 도널드 트럼프 1기 시절 탈레반과 맺은 미군 철수 협정(도하 협정)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비게이트 테러에도 책임지는 장성이 1명도 없었다고 공세를 폈다.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섰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장성 숙청이 이어졌다.
숙청 명단에는 아프간 철수 이후 유럽 주둔 18공수군단장(중장)을 거쳐 육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대장)으로 있던 도너휴 장군도 올랐다. 헤그세스 장관은 참모들에게 "트럼프가 애비게이트에서의 사망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IS 테러 시점에서 애비게이트 관리는 도너휴의 공수사단이 아닌 해병대가 맡고 있었다는 주위의 해명도 헤그세스 장관은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는 아프간 철수 때의 사진이 자기 홍보를 위한 '셀카' 아니냐고 여기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도너휴 대장은 인사권자인 장관에 '미운털'이 박힌 뒤로 군 생활이 꼬여갔다. 그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군을 지휘하는 차기 미 유럽사령부 사령관으로 유력시됐지만, 댄 케인 합참의장의 강력 추천에도 다른 인사가 임명됐다.
도너휴 대장은 폴란드에 머물면서 러시아와 전쟁 중이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탄약 지원을 주도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보다는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 체결을 압박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와 어긋나는 행보였다.
군에서 신망이 두텁던 도너휴 대장은 차기 육군참모총장 후보로 다시 거론됐다. 랜디 조지 육참총장과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 등이 그를 적극 천거했다.
그러나 헤그세스 장관은 자신의 측근을 육참총장에 지명하고 싶어 했다. 그는 지난 3월 조지 총장을 통해 도너휴 대장에게 사임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조지 총장은 도너휴 대장을 감싸다 지난 4월 헤그세스 장관의 '15초 통화'로 임기를 못 채우고 해임됐다. 드리스콜 장관은 친구인 JD 밴스 부통령과 도너휴 대장의 만남을 주선해 그를 육참총장으로 밀어보려고 했지만, 헤그세스 장관의 훼방으로 무산됐고, 드리스콜 장관도 최근 사임했다.
팀 시히 상원의원(공화·몬태나)과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공화·아이오와) 등 연방의회에서도 도너휴 대장의 구명을 위해 움직였지만, 헤그세스 장관은 요지부동이었다.
도너휴 대장의 퇴역 막후에서 전개됐던 이같은 펜타곤의 권력 투쟁을 뉴욕타임스(NYT)는 40여명에 이르는 익명의 군 관계자 증언을 통해 6일(현지시간) 조명했다.
도너휴 대장은 미 육군 최정예 대테러부대인 델타포스 출신으로, 특수전 작전과 지휘·통제 분야에 능통해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재'로 꼽혔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때는 드론이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드론 및 드론 요격기, 인공위성,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동부전선 억제구상'을 마련했다.
그는 이를 미 육군 전체에 도입하려 했으나 무산됐으며, 이후 미군은 중동에서 이란의 드론 공격에 애를 먹어야 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요격 체계를 중동 미군에 긴급 수혈한 것도 도너휴 대장이었다고 한다.
언스트 의원은 도너휴 대장에게 마지막으로 미 육군 미래사령부를 맡아 자신의 구상을 실현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도너휴 대장은 "헤그세스가 정말로 나와 함께 일할 거라고 생각하느냐"며 고개를 저었고, 결국 지난달 27일 퇴역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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