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핵심 유전 대신 남부 4개 도시 집중 공습
장거리 무기 아끼고 사우디 내수 타격 극대화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핵심 원유 생산 단지 대신 남부의 주요 도시들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예멘 군사 개입을 억지하는 동시에, '비전 2030' 등 국가 핵심 경제 프로젝트에 타격을 입히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과 국제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전날 지잔, 카미스 무샤이트, 아브하, 나즈란 등 사우디 남부 4개 도시의 주요 에너지 및 군사 시설을 겨냥해 수십 발의 탄도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이번 공습의 타깃은 사우디 경제와 안보의 급소에 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잔에는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사우디 최대 정유시설이 있다, 또 이곳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해온 사우디 국가 경제 탈석유화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 산업 단지도 품고 있다.
또 카미스 무샤이트에 있는 킹 칼리드 공군기지는 사우디 정규군의 전투기 중 대다수를 운용하는 기지다.
아시르주의 행정·경제 중심지인 아브하는 2025년 상반기에만 290만 명이 방문한 핵심 관광 도시 중 하나다. 또 이곳에는 화력 발전소 및 시민들에게 공급되는 아람코의 내수용 석유 제품 유통망과 연료 저장 시설이 있다.
사우디와 예멘을 잇는 전략적 국경 도시인 나즈란은 아브하와 마찬가지로 아람코의 핵심 내수용 연료 저장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후티가 사우디 경제의 심장인 동부 유전지대 대신 남부를 잇달아 타격한 데에는 작전의 효율성과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지리적으로 가까운 남부를 타격함으로써 부족한 장거리 타격용 무기를 아끼는 전략적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또 동시에 인구 밀집 지역인 남부의 전력 및 연료 공급망을 마비시켜 사우디 내수 경제에 즉각적인 혼란을 유발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사우디가 예멘에 대한 대규모 군사 개입을 단행할 경우, 남부 지역 전체를 전쟁터로 만들 수 있다는 강력한 억지력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정학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의 사우디 남부 지역 공습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것은 물론 사우디의 국가 발전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대니 시트리노위츠 연구원은 현지 매체에 "전략적으로 볼 때 후티가 자신들의 군사 능력을 과시한 것이며 현실적으로 이런 공격은 방어가 매우 까다롭다"며 "불안정한 안보 상황은 해외 투자와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건 사우디 정부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전문가인 닐 퀼리엄 연구원은 "아람코의 핵심 인프라가 언제든 후티의 사정권 내에 있음을 시장에 각인시켜 보안 비용을 늘리고 불안감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분쟁의 불씨가 걸프 지역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버밍엄대의 우메르 카림 연구원은 "현재는 공습의 피해가 사우디 남부에 국한되어 있으나, 후티 반군이 타격 범위를 주변 걸프 국가나 홍해 인프라 전체로 넓힐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