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모카 이어 하니시 제도까지 도달"
후티 대변인 "군사작전은 주권 수호 조치…항행·무역 위협 안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온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연안의 주요 도시 모카를 접수하면서, 홍해 입구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눈앞에 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이란의 대리세력 중 하나로 꼽히는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하고 홍해 선박 통항을 통제하게 될 경우 글로벌 해상 물류는 물론 중동전쟁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10일(현지시간) 4명의 예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후티가 모카를 장악,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후티 반군이 모카를 장악한 뒤 홍해의 전략 도서인 하니시 제도를 겨냥해 공격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이후 복수의 정부군 소식통은 후티 반군이 이미 하니시 제도에 도달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정부군과 동맹군은 마윤 섬 맞은편 해협에 인접한 두바브 지역으로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AFP 통신도 예멘군 소식통을 인용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통은 "후티 반군이 모카를 장악했으며 현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향해 진격 중"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로켓 공격과 전투원을 태운 보트를 이용한 지상 강습 끝에 홍해 남부의 주카르 섬까지 장악했다.
현지 목격자들은 반군 병력이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내로 진입하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에는 반군 대원들을 태운 픽업트럭이 모카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모카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북쪽으로 약 70~80km 떨어진 곳에 있는 전략적 항구도시다.
후티 반군이 이곳을 장악했다는 것은 해협으로 향하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모카에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직접 맞닿은 두바브와 셰이크 사이드 곶(아라비아반도의 남서쪽 끝)이 나온다.
이 해안을 장악해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육안으로 감시하고 지상군과 단거리 무기 등을 직접 배치할 수 있다.
또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 위치해 해협을 두 갈래로 가르는 마윤 섬까지 장악하게 되면 해협의 선박 통항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 다만 이 섬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남부 과도위원회) 등 반(反) 후티 진영이 활주로와 군사기지를 구축해 통제하고 있다.
두바브나 마윤 섬을 물리적으로 완벽히 점령하지 못했다고 해도, 후티 반군은 모카를 장악함으로써 해협 통행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모카는 후티 반군이 보유한 지대함 미사일, 자폭 드론, 고속정 등이 출격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이나 군함을 직접 타격하기에 충분히 가까운 거리다.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게 될 경우, 후원국인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걸프지역에서 생산된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의 수출이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우회로인 홍해까지 막힐 경우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석유 수출은 수에즈 운하와 희망봉을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이후 홍해 수송로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다.
후티 반군 대변인이자 협상단장인 모하메드 압둘살람은 성명을 통해 "홍해 연안의 군사 작전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국가적 조치로, 국내 평화를 위협하는 도전과 야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멘 공화국은 주변국이나 아랍 및 이슬람 국가, 나아가 전 세계 어떤 국가에 대해서도 야욕을 품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압둘살람 대변인은 또 "해당 해역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국제 무역은 안전하고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불필요하다"면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항행 및 국제 무역은 예멘으로부터 어떠한 위협도 받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후티 산하 인도주의작전조정센터(HOCC)는 전세계 국제 해운사에 "기존에 발령된 사우디 선박 운항 금지 조치를 제외하고 모든 선사의 홍해 항행은 안전하다고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그동안 핵심 해운 항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맞닿은 홍해 연안 지역으로의 진격을 시도하며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여왔다.
아시아와 유럽을 홍해와 수에즈 운하로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의 주요 수출로로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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