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인접 프랑스 메츠 방문…유럽통합 가치 되새겨
"국제관계 점점 미개해져…국제법과 다자주의가 지배욕 해독제"
유럽 극우세력 약진 속 "가장 분명한 정치적 시각 드러내" 평가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레오 14세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유럽통합 발상지 중 하나인 프랑스 메츠를 찾아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AFP, AP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프랑스 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개인, 국가 간 관계가 점점 더 미개해지고 있다"며 "약속의 가치가 무시되고 사람들은 거짓과 속임수를 뽐낸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유럽이 타인에 대한 존중을 통해 이런 순환을 깨뜨릴 수 있다"며 "유럽은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과거에서 최고의 측면을 끌어내고 이를 새로이 재창조할 수 있을 때 번영하고 진보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유럽에 있는 기독교적 뿌리와 대화의 전통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국제법과 다자주의가 국가관 관계에서 진정한 평등을 강조하며, 모든 갈등의 근원에 있는 지배욕에 대한 최고의 해독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독일 국경 인근에 있는 메츠는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를 주도하고 유럽연합(EU) 창설에 앞장선 프랑스 정치인 로베르 슈만이 활동한 무대다. 교황은 메츠에 있는 로베르 슈만 콘퍼런스 센터에서 '평화와 통합을 위한 유럽의 뿌리'를 주제로 한 회의에서 연설에 나섰다. 이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민족주의 극우 세력이 입지를 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교황은 "오늘날 전쟁이 유럽에까지 돌아와 매일 수많은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며 "우리는 인내하는 대화에 전념하고 협상에서 용기를 보이며 평화라는 더 큰 선을 위해 입장을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전쟁과 박해를 피해 모국을 등진 이주민들을 환영하고 포용하라고 각국에 촉구했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는 세계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창의적 노력을 진정으로 하고 있는지, 그저 전쟁의 흐름을 막고 앞으로 올 것 같은 전쟁에 더 잘 대비하려고만 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동안 지속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의 종식을 촉구하고 경쟁적인 군비 확대에 반대해 왔다.
로이터 통신은 교황이 이날 인종과 민족, 피부색, 계급, 직업으로 구별하지 않는 모든 인간의 평등을 촉구하고 유럽통합의 가치를 되새겼다면서, 취임 이후 유럽에 관한 가장 분명한 정치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황은 이날 유대교, 이슬람교, 개신교, 정교회 등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도 만나 "신의 이름으로 폭력이나 억압을 정당화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종교 담론은 지속해서 마음과 말의 무장해제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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