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기술 배워서 北서 드론 생산"
北 군사 위협 강조해 동북아 지원 확보 의도 관측
젤렌스키 라이벌 잘루즈니 측 "정치적 쇼" 비판도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전격 공개한 뒤 북한군의 위협을 잇달아 부각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북한이 전쟁에서 배운 기술로 공격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군사 기술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아시아 전역의 국가들은 이미 북한의 향상된 탄도미사일과 크게 발전한 드론 역량을 알아차렸을 것"이라며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을 전수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북한군 관련 새로운 정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거듭 제기했다. 현재 러시아 영토에 8천명 이상이 있고 1만명이 추가 배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정보를 공개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은 유럽 중심의 동맹 전선을 동북아로 확대해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군의 참전 경험과 러시아의 군사 기술 지원이 동북아 정세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 일본 등의 지원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전날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미국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참전 경험이 한반도 정세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의 전쟁에서 배우며 무장하고 있다"며 "이는 무엇보다 자국 지역에서의 적극적인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보낸 사실을 전 세계 이목이 쏠린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전격 공개한 것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벗어나 있는 동북아 지역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 측은 현재까지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의 비공개 합의 논란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7일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사전 협의는 물론 통보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도 중대한 문제지만,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거짓 사실을 발표한 것은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우크라이나 측에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북한군 포로 한국행 공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 측으로부터도 "강렬한 장면을 위한 정치적 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한국으로부터 방공망을 지원받지 못한 데 따른 불만 탓에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공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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