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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빅4' 스페인에 보수·극우 연정 들어설까

입력 2026-10-05 21:04  

EU '빅4' 스페인에 보수·극우 연정 들어설까
'유럽 대표 좌파 지도자' 산체스 조기 총선 승부수 띄웠지만 위기
집권 사회당 지지율 2위…국민당·복스당 합치면 50% 넘어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대규모 주택난 항의 시위로 궁지에 몰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예정보다 반년 이상 빠른 내달 29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띄웠다.
유럽 전반에서 극우·우익 세력의 득세한 가운데 이번 조기 총선이 스페인에서 극우당이 정부에 입성할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연합(EU) 4번째로 큰 경제 규모와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나라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올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2.1% 증가해 유로존 전체 성장률의 3배에 달할 걸로 전망했다.
앞서 이탈리아에는 이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럽 우익 정권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역대 최장수 정부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독일에서는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 보수 성향 국민당(PP)과 극우 복스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이 종합한 여론조사 추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정당별 지지율은 국민당(PP)이 34%, 집권 사회노동당(PSOE)이 26%, 복스당이 18%다. 사회당과 연립정부를 이루는 좌파 연합 수마르가 5%로 뒤를 따른다.
국민당과 복스당의 의석만으로도 하원 350석의 과반을 넘길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지난번 2023년 총선에선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가 이끄는 국민당이 137석을 확보해 원내 제1당이 됐지만, 극우 복스당과 손잡은 데 항의해 다른 소수 정당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산체스 총리는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 등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유럽 대표 좌파 지도자로 꼽히는 산체스 총리가 8년 만에 실각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체스 총리는 유럽에서 비교적 관대한 이민 정책을 펼치고 적극적으로 반전 목소리를 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번 총선은 산체스 총리가 사회당 대표로서 치르는 6번째 선거가 된다. 그는 앞선 5차례 선거 중 2018년과 2019년 단 2차례만 사회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지지율에서 밀리는데도 산체스 총리가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진 배경에는 주택난으로 폭발한 분노 여론이 우파 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계산이 깔린 걸로 보인다. 의회에서 정부가 추진한 주택난 대책 법안은 야권의 반대로 부결됐다.

산티아고 아바스탈 복스당 대표는 안테나3 TV와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우파가 유리하지만, 결과가 예측 가능한 건 아니라면서 "2023년과 똑같은 일이 일어나 산체스가 공범들과 함께 다수파를 구성해낼 수 있다"며 경계했다.
파블로 시몬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대학 정치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주거난 이슈가 산체스 총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지만 총리가 "그에게 주어진 최선의 기회를 잡고 있는 것"이라며 "여론조사에서 실권 가능성이 보이는데 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의 조기 총선"이라고 풀이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조기 총선을 발표하면서 그가 8년간 총리를 지내는 동안 스페인 경제가 유럽 주요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누려 왔고 실업률이 하락했다는 성과를 강조했다. 야권은 관용적인 이민 정책에 반대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이민이 스페인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민당의 페이호 대표는 "8년으로 충분치 않았다면 왜 4년을 더 해야 하느냐"며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
북아프리카에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자치도시 세우타로 7만명 넘는 이주민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사태로 국경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반이민 정서를 자극해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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