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개표, 결과 인증 놓고 법정 공방 관측…"승패에 상당한 역할할 수도"
'부정선거론자' 트럼프 행동 예측불허…민주, 시나리오별 대응방안 마련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약 4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또 하나의 변수로 5일(현지시간) 새 회기를 시작한 연방대법원이 주목받는다.
투·개표에서 빚어질 논란부터 승부가 가려진 개표 결과의 인증 문제까지 수많은 소송이 제기되며 대법원으로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방 상원의원 100석 중 35석, 연방 하원의원 435석 전체를 놓고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맞붙는 이번 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 격전이 예상된다.
특히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가를 접전지역 곳곳에선 양당이 선거 과정 전반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법정 공방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양당이 전국에서 제기한 선거 관련 소송이 쏟아지고 있다"며 "대법원이 의회 장악권을 결정할 수 있는 초접전 선거에 끌려 들어갈 수 있다"고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거 전문가들은 핵심 상원 또는 하원 선거 결과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각 선거의 승패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대법원 역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에서도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투·개표에 노골적으로 개입할 경우 이 같은 법정 공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토안보부 요원이나 주(州)방위군을 투표소에 배치할 경우 민주당은 당장 소송과 함께 긴급 신청으로 맞설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바 있는 '적대 세력에 의한 투표 시스템 해킹'을 이유로 당국이 개표 전 투표용지를 압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NYT는 "유권자 위협과 투표용지 압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는 초접전지는 당국의 개입이 촉발할 작은 차이도 승패로 직결되기 때문에 소송은 당연지사다.
미국의 투표 시스템이 부패했으며, 암암리에 부정선거가 자행됐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질 경우 어떤 행동을 보일지는 예측 불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개된 타임지 인터뷰에서 선거를 앞두고 내란법을 발동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에 대해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거나 확정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내란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전인 선거에서는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이의 제기와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민주당은 선거관리를 담당하는 각 주정부의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들을 중심으로 선거 당일과 그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잠재적 시나리오를 준비해 모의 대응 훈련을 해왔다.
선거 사건은 하급심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경향이 짙다. 결국 대법원이 최종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로 대법원이 역대 주요 선거에서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전례가 적지 않다.
2000년 대선에서 대법원은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중단을 명령했다. 이 결정으로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민주당 앨 고어를 누르고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2020년 대선에선 대법원이 펜실베이니아주의 우편투표 관련 이의 제기를 기각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 4개 경합 주의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다.
이번 선거와 관련된 소송에서 대법원이 개별 사건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현재 9명의 대법관은 보수 성향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으로 평가되지만,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선거 관련 사건에서 늘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것은 아니다.
최근 사례를 보면 대법원은 미 연방우정청이 우편투표 용지를 심사하도록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제지한 반면, 유권자의 시민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방 이민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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