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전,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서 고에너지 중성미자 포착
독보적 공로로 34년만에 단독 수상…중앙대·성균관대 연구 참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란시스 할전은 남극의 깊은 얼음에서 고에너지 중성미자(뉴트리노)를 찾아내 우주의 극한 현상을 이해할 실마리를 제시했다.
중성미자는 우주에 존재하는 유령과 같은 입자다. 전하가 중성이고 질량도 거의 없으며 대부분 물질을 흔적 없이 통과한다. 그래서 관측이 어렵다.
◇ 남극 얼음을 거대한 검출기로…고에너지 중성미자 포착
노벨위원회는 이전에도 중성미자 연구자들에게 물리학상을 수여했다.
2002년에는 태양과 초신성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한 연구, 2015년에는 중성미자 진동 발견을 통해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에 각각 노벨 물리학상이 돌아갔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의 석좌교수인 할전은 남극에서 중성미자를 포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부피가 1㎦인 아이스큐브(IceCube) 중성미자 관측소에서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발견했다.
중성미자는 이동하는 순간에 간혹 푸른 빛이 방출되는데, 할전은 많은 연구자가 주목한 물보다 얼음이 중성미자를 관측하기에 좋다고 판단했다.
하창현 중앙대 물리학과 교수는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할전은 아이스큐브를 처음 제안했고 오랫동안 연구를 주도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이어 "천체는 빛만 내는 것이 아니라 중성미자도 방출한다"며 "할전은 천문학을 빛과 전자기파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중성미자를 통해서도 연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에너지가 매우 강한 입자인 고에너지 중성미자는 맹렬한 반응이 일어나는 천체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며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는 고래와 같은 중성미자를 포착하는 그물로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와 성균관대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이 관측소에는 지름이 약 50㎝인 광센서 6천500개 정도가 있다. 광센서들은 깊이 1.5㎞ 지점에서 중성미자를 관측한다.
◇ 빛 넘어 중성미자로 우주 본다…34년 만의 단독 수상
천체물리학자인 강성주 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이스큐브가 검출한 고에너지 중성미자는 '우주의 입자 가속기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을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찾을 수 있게 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중성미자는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고 우주를 통과하기 때문에 생성된 곳의 정보를 비교적 잘 간직한 채 지구까지 날아올 수 있다"며 "할전의 수상은 중성미자가 입자물리학의 연구 대상을 넘어 우주를 관측하는 천문학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는 "노벨 물리학상 단독 수상이 34년 만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놀라웠다"며 "아이스큐브는 수백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음에도 할전에게만 상이 주어진 것은 거대한 관측시설의 구상과 건설을 이끈 그의 역할이 높이 평가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남극을 중성미자 관측 도구로 활용한 할전을 '돈키호테'에 비유하면서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탄생 과정에서 그의 공로에 견줄 만한 인물은 없었다고 밝혔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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