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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무기체계 구축했지만…후티 '가성비 드론'에 사우디 '굴욕'

입력 2026-10-16 03:35  

첨단 무기체계 구축했지만…후티 '가성비 드론'에 사우디 '굴욕'
2천만원 드론 막는데 40억원대 미사일…"모기 잡는데 망치 휘두르는 격"
저가 드론·저고도 미사일 대응 취약…군 지휘체계 경직성도 문제



(뉴욕=연합뉴스) 임수정 특파원 = 수십 년간 수백조원의 군사비를 쏟아부으며 첨단 무기체계를 구축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의 저가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고전하고 있다.
첨단 전투기와 고가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췄지만, 정작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과 저고도 순항미사일을 활용한 공격에는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현대전에서 첨단 무기체계가 지닌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십 년간 수천억달러를 들여 첨단 무기를 도입하며 세계 10대 군사비 지출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근 후티 반군의 잇따른 공격에 방어망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후티 반군의 순항미사일이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타격해 최소 13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이는 최근 10여년간 사우디에서 발생한 공격 가운데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사건이다.
이번 주에는 사우디 동부 다란에 있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시설이 공격받아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첨단 전투기와 고가의 미사일 요격체계 등 재래식 전쟁에 대비한 무기 도입에 치중한 반면 저렴한 드론과 저고도 순항미사일을 활용하는 비대칭 공격에는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는 2020년 이후 미국으로부터 최소 730발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구매했다.
그러나 패트리엇은 주로 높은 고도에서 일정한 궤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도록 설계돼 저고도로 비행하며 방향을 바꾸는 드론이나 순항미사일에 대응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비용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후티 반군이 사용하는 드론의 가격은 대당 1만5천∼2만5천달러(약 2천만∼3천만원) 수준인 반면, 이를 격추하는 데 사용되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은 한 발에 300만달러(약 40억원)가 넘는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모기를 잡기 위해 망치를 휘두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방공망의 배치 방향도 문제로 꼽힌다.
사우디는 오랫동안 이란과 이라크가 위치한 동쪽과 북동쪽을 주요 위협 방향으로 상정하고 페르시아만 연안의 유전 지대를 중심으로 첨단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집중 배치했다.
반면 후티 반군이 활동하는 남서쪽 예멘 방면의 방어망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특히 지상에 설치된 레이더는 지평선 너머를 탐지하기 어려워 예멘의 산악 지형을 따라 낮은 고도로 날아오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조기에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후티 반군의 드론이나 순항미사일이 사우디 영공에 진입한 뒤에야 탐지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민간인에 대한 공격 경보도 불규칙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군 조직의 구조적 문제도 방공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사우디의 연간 군사예산은 820억달러(약 110조원)를 넘는다.
그러나 사우디 군은 약 25만명 규모의 정규군과 약 12만5천명 규모의 국가방위군으로 나뉘어 있으며, 두 조직 모두 왕족 중심의 강력한 상명하복식 지휘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거 다른 아랍 국가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군사 쿠데타를 방지하기 위한 조직 구조지만, 현장 지휘관의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을 제약한다는 분석이다.
런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중동 안보 전문가 부르주 외즈첼리크는 "사우디에는 엄청난 충격을 안기는 순간이며, 여러 측면에서 굴욕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우디는 오랫동안 강력한 군사력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면서도 "문제는 대비 태세다. 후티 반군이 이른바 '번개처럼 빠른 공세'라고 부르는 이러한 공격에 얼마나 준비돼 있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2015년 후티 반군을 격퇴하기 위해 예멘 내전에 개입했지만, 전쟁은 장기화했다.
2022년 유엔 중재로 휴전이 성사됐으나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양측의 충돌이 다시 격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사우디의 지원 요청을 거부한 가운데 사우디는 지난 8월 파키스탄·튀르키예와 체결한 상호방위협정을 발동했다.
다만 이들 국가의 지원은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우디가 공습을 재개하더라도 후티 반군을 제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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