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대신 미사일 사용 늘면서 화재·침몰 선박↑
유조선 공급 부족 심화시켜 에너지 운송 운임 상승 위험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근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이란의 선박 공격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최근 자신들이 정한 규정을 어긴 선박의 기관실을 집중 공격해 선박 피해를 키우면서 에너지 수송 흐름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역내 해군 단체 집계와 보안 컨설팅 업체의 경보에 따르면, 이달 첫 2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 및 인근에서 발생한 선박 피격 건수는 최소 23건이다.
이 가운데 최소 5척은 선박의 심장부인 기관실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기관실이 피격되면 화재가 발생하고 동력과 추진력을 완전히 상실해 수개월간 선박 운항이 중단되며 막대한 수리 비용이 발생한다.
중동 산유국들은 이란의 잇따른 공격 속에서도 원유 공급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무역 데이터 분석업체 케플러(Kpler)의 초기 자료에 따르면, 최근 7일간 중동의 일평균 원유 수출량은 분쟁 이전 수준을 소폭 웃돌았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의 가장 큰 제약 요인 중 하나인 가용 선박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해운 및 해상 보안 관계자는 "전반적인 공격 건수 증가와 함께 기관실 피격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도 "이란이 기관실만을 의도적으로 표적 삼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제유조선선주협회(인터탱코)의 필립 벨처 해사 담당 이사는 "공격 빈도가 급증함에 따라 기관실 손상과 운항 불능을 초래하는 화재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 엔진을 겨냥한 지속적인 타격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유조선 전쟁' 당시를 연상시킨다. 당시 양국은 상대국 유조선의 운항을 저지하기 위해 기관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으며, 일부 공격은 화재와 폭발을 일으켜 선박 침몰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파손되거나 침몰한 선박 수십 척은 수년간 걸프만 북부에 방치됐다.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컨테이너선 1척을 포함해 최근 타격을 받은 선박 중 최소 2척이 침몰했다.
해당 컨테이너선이 침몰한 뒤 파키스탄 수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상에 컨테이너들이 표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에는 엔진 손상으로 이어진 공격이 단 한 건도 없었으나, 이전 몇 달간 이란 국적이 아닌 선박 최소 7척이 기관실 피격을 당했다. 미국 역시 이란 선박 봉쇄 조치를 시행할 당시 선박을 무력화하기 위해 기관실을 겨냥한 바 있다.
해운 및 보안 관계자들은 이란이 최근 드론 대신 미사일을 활용해 선박을 타격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적외선 유도 미사일은 선박에서 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구역으로 유도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 드론보다 폭발물 탑재량이 훨씬 크다.
기관실을 겨냥한 이런 공격이 계속되는 한 선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려우며, 피격된 선박은 수리를 위해 장기간 운항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원유를 수송할 유조선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에너지 운송 운임을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
이달 초 일부 지역에서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용선료가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비용보다 비싸지기도 했다.
브로커리지 업체 오일 브로커리지 분석가들은 19일자 보고서에서 "선주들이 선박 투입을 꺼리는 해역인 만큼, 단 한 척의 VLCC 피격도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해당 해역을 통항하는 선원들의 안전 위협 역시 커지고 있다. 역내 해상 안보 정보를 제공하는 연합해사정보센터(JMIC)에 따르면, 최근 벌크선 한 척이 피격됐을 당시 선교(함교)와 선원 숙소가 직접 타격을 입었다.
세계 최대 해운 단체인 발틱해국제해운협의회(BIMCO)의 야콥 라르센 최고안전보안책임자는 "기관실이나 선교를 공격하면 원유 유출 위험을 비교적 낮게 유지하면서도 선박 손상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박의 이 같은 구역이 피격될 경우 승조원들이 심각한 인명 피해를 볼 위험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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