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은 민주당에 기울어"…공화당 텃밭서 '反트럼프' 정서
"공화당 싫어도 민주당도 지지 안해"…민주당 반사이익 거둘지 '미지수'
유권자들, LNG 프로젝트엔 큰 기대…양당 유력후보, 한인회 유세도
(앵커리지=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예전에는 마트에서 장을 보면 100달러면 충분했는데, 이제는 비슷하게 사도 350달러가 나와요. 앵커리지 물가가 엄청나게 오른 거죠."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에서 예상 밖 격전지로 떠오른 알래스카주(州) 앵커리지에서 지난 19일(현지시간) 만난 유권자 라브드림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강세 지역)였던 이 지역의 표심이 흔들리는 이유로 주저 없이 물가를 꼽았다.
알래스카는 1968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준 대표적인 공화당 텃밭이다. 현재 연방 상원의원 두 석도 공화당 소속의 리사 머카우스키, 댄 설리번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는 양상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피로와 물가, 유가 상승 등이 겹친 가운데 연방 상원의원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소속 메리 펠톨라 후보의 지지율이 현직인 설리번 의원을 앞서 눈길을 끌었다.
알래스카 수성이 중요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알래스카를 직접 찾아가 설리번 후보를 지원 사격하는 현지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공화당의 위기는 사전투표장 현장에서도 감지됐다.
21일 앵커리지 미드타운 몰에 설치된 사전투표장에는 오전 9시부터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길게 늘어섰다.
투표를 막 마친 한인 교포 엘로이 김은 "트럼프가 문제"라고 입을 열었다. 20년 넘게 이곳에 살았다는 그는 "예전에는 알래스카 길거리에도 돈이 흘러넘쳤다. 이제는 주 정부에서 주던 돈(영구기금배당·PFD)도 과거보다 줄었다"고 지적했다.
PFD는 1982년부터 알래스카 주정부가 석유 등 천연자원 수익 일부를 거주민에게 지급해주는 배당금이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와 함께 최근 몇년새 줄어든 배당금이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30대 주민들의 표심이 민주당으로 기울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인 2세 신디 김은 "알래스카는 공화당이 우세한 곳이지만, 젊은 층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사람들이 투표하기 시작하면서 스윙 보트 지역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대한 불만이 곧장 민주당의 승리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알래스카 거주 27년 차인 라브드림은 트럼프 행정부가 섣부르게 이란 전쟁을 결정한 탓에 경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로 올랐다고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에 표를 줄 생각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공화당도 싫지만, 민주당을 지지하고 싶지도 않다. 투표는 머리로 정책을 비교해야 하는데 지금은 양쪽이 서로 비판하며 (유권자의) 가슴에만 호소한다"며 "아예 중간선거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든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투자를 바탕으로 한 LNG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도 곳곳에서 읽혔다.
우버 기사인 마이클은 "알래스카에는 가스부터 수많은 자원이 있다. LNG 사업만 잘 진행된다면 그건 알래스카에 좋은 일이고,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LNG 투자 발표가 투표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도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양당 후보들은 이민자 커뮤니티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알래스카는 유권자가 선거에서 1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최대 4명의 후보를 선호도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
1순위 표 기준으로 절반(50%)을 넘긴 후보가 있으면 바로 승자를 선언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최하위 후보를 제거한 뒤 이 후보에게 1순위 표를 준 유권자의 2순위 표를 다른 후보들에게 합산한다. 이처럼 독특한 방식 때문에 인지도를 쌓아 2순위에라도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9일 앵커리지 한인회에 설리번 의원과 펠톨라 후보 등 유력 후보가 직접 찾아왔으며, 각자 배정된 5분의 유세 시간을 훌쩍 넘긴 20분가량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설리번 의원은 한국의 LNG 프로젝트 투자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한인회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선거 직전에 유력 후보들이 찾아와 설명하는 일이 없었다"며 "확실히 이번엔 알래스카가 접전지가 됐다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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