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대 연구진, 김해-나가노 고분 출토 유골 유전체 비교 분석
"고대 한반도-日열도 인적 교류, 장기간·광범위에 걸쳤을 가능성 충분"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지난해 7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분자생물진화학회 학술대회에서 흥미로운 주제가 발표됐다.
일본 가나자와대 가쿠하리 다카시 교수(고대문명·문화자원학연구소)는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에 게놈 분석 결과가 발표됐던 김해 대성동 고분군 가야 시대 여성 인골과 일본 나가노현 고분에서 나온 남성 인골이 7촌가량의 친족 관계라고 발표했다.

금관가야 전성기인 4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대성동 2호분(TK2)에서는 함께 출토된 유물로 미뤄 왕에 준하는 지배층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유골과 그와 유전적 관계가 없는 여성 유골이 함께 발견됐다.
여성 유골이 왕비와 같은 배우자 신분이었는지 자연사 뒤 합장된 것인지, 순장 형태로 함께 묻혔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UNIST 게놈센터,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대학교, 게놈연구재단,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유골 뼈나 치아에 남은 DNA를 추출해 게놈(유전체) 분석을 진행했고, 일본 가쿠하리 교수 연구팀이 공개된 유전체 정보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2호분에서 나온 여성 유골과 일본 나가노현 이이다시에 있는 5세기 전반의 미조구치쓰카 고분(溝口塚古墳)에서 나온 지배층 추정 남성 유골이 유전학적으로 7촌 관계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일본의 선사 시대는 일본열도 토착민(조몬인)이 중심이 된 조몬시대, 한반도 등 대륙에서 벼농사 기술을 갖고 온 이들이 유입된 야요이시대를 지나 서기 250년경부터 고훈시대로 진입하는데 나가노현 고분은 이 시대 전기나 중기의 것으로 알려진다.
가쿠하리 교수팀이 이 시대 나가노 지방에 살던 지배계급 남성과 비슷한 시기 바다 건너 가야 땅에 살았고 왕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같은 무덤에 묻힌 여성이 비교적 가까운 친척 관계라는 사실을 유전체 정보로 알아낸 것이다.
나가노 고분에서는 인골뿐 아니라 당시 말을 다루는 기술이 없던 일본에 대륙인들이 갖고 온 것으로 보이는 마구와 말 장식품도 발견되며 한반도 유래 지배층이 바닷가와 가까운 나라·교토로부터 점차 일본 내륙·산간 지방으로 퍼져나갔다는 추정을 뒷받침했다.
가쿠하리 교수는 연합뉴스와 가진 온라인 인터뷰에서 야요이 시대 이후에도 한반도 등에서 꾸준한 이주민 유입이 이뤄졌고 당시 일본 중심지였던 나라, 교토 지역뿐 아니라 나가노 지역까지 도래인들이 퍼져 나간 결과로 보인다고 25일 설명했다.

고대인 유골과 나가노 미조구치쓰카 고분처럼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열쇠구멍 모양의 고대 무덤) 형태의 거대한 무덤은 나라와 교토에 더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 현존하는 일왕 가족의 조상 무덤이어서 적극적인 발굴과 연구 발표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가쿠하리 교수는 나가노 고분과 김해 대성동 고분 출토 유골 간의 혈연관계가 정식 논문으로 발표되기 전으로 아직 추정에 가까운 역사적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한반도와 일본의 교류사, 일본인의 유전적 정체성 연구에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라는 틀이나 문화적 범주와는 별개로 일본인의 유전적 특성이 대륙의 사람들과도 폭넓게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현재 사람들이 실감할 수 있게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쿠하리 교수는 이 주제가 일본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에게서 갈라져나와 하나의 줄기를 따라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고 생각됐지만, 현재 고고학계에서는 단순한 선형 구조가 아니라 복잡한 연결 고리들이 얽혀 지금의 세계 인류가 구성된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통영 욕지도 패총(조개더미) 유적에서 발굴된 6천년 전 인골의 유전자 약 95%가 일본 토착민 조몬인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2021년 밝혀지며 조몬인은 대륙과 연계가 없었다고 믿었던 당시 고고학계에 놀라움을 안긴 것도 비슷한 사례다.
김해 대성동 고분에서 나온 총 22명의 고대인에서 나온 27개의 뼈와 치아 샘플을 분석했던 한국·오스트리아 연구팀도 2호분에서 나온 남녀 유골의 게놈이 큰 틀에선 한국계이지만, 현대 일본인과 선사시대 조몬계 일본인과 상대적으로 더 가깝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과거 한반도 인구 집단의 다양성이 지금보다 더 컸음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가쿠하리 교수는 서울대 생물학 데이터분석센터와 가나자와대 고고학 연구소가 업무협약을 맺어 향후 일본 고훈시대와 한반도의 신라시대 유골 간의 유전체 비교 분석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한국·일본·중국·유럽 등 다양한 국가의 젊은 연구자들이 고대 유전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현대인에게 아직 미지의 대상인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둘러싼 고대인들의 교류와 연결 고리가 차차 밝혀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시대에 일본 열도와 한반도 남부 사이에 어떤 형태의 교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며 향후 데이터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한반도와 일본 열도 간의 더 깊은 연관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취재보조: 김지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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