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 맞댄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30년만에 3천조원 규모로 성장
재무장관 "1조파운드 놓쳤다…이제라도 미래세대 위한 자산 창출"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초기 자금 20억파운드(약 3조5천억원)의 새로운 에너지 국부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북해 잭도 가스전 신규 개발 승인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부 펀드'(Energy Wealth Fund) 신설 계획도 공개했다.
북해 석유·가스로 거둬들이는 세수를 장기적으로 투자해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적인 국가 자산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게 재무부 설명이다.
영국은 특히 이 펀드가 재생 에너지 및 저탄소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라며 탈화석연료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존 힐리 재무장관은 "새로운 펀드로 우리는 미래 청정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BBC 방송은 22일 영국이 '반세기의 기다림 끝에' 국가 석유 펀드를 갖게 됐다면서 같은 북해에서 나는 수입으로 오랫동안 부를 축적해온 노르웨이 국부펀드에 비해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똑같이 북해에서 나오는 돈으로 국부펀드를 운용 자산 2조4천억달러(3천183조원) 규모로 불린 노르웨이처럼 진즉에 영국도 나섰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영국 경제계에 오랫동안 이어진 논쟁이다.
영국에서 최근 사상 처음으로 국가 부채가 3조파운드(약 5천323조원)를 돌파한 시점에서 이런 질문은 더 두드러지게 제기된다.

힐리 장관은 "북해 석유가 처음 발견됐을 때 그렇게 했더라면 아마도 1조파운드(약 1천776조원) 가치의 영국 국부펀드를 갖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조파운드라는 수치는 영국 재무부가 석유 국부펀드를 꾸리지 않음으로써 얼마를 놓쳤는지 사상 처음으로 내부적으로 계산해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북해에서 거둬들인 수입 2천억파운드(약 355조원)를 모두 투자해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비슷한 수익률을 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만약 이 수입을 체계적으로 투자했더라면 미래 세대를 위한 막대한 국가 자산을 구축할 수 있었을 텐데, 기회를 놓쳤다"라고 BBC에 말했다.
영국은 마거릿 대처 정부 때인 1980년대 초 북해 석유·가스 수입을 민영화했다. 이 때문에 이같은 '만약에 그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란 질문은 대처 경제를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이 종종 내놓는다.
비판론자들은 북해 석유 생산이 활발했던 시기에 그 세수가 '선거용' 감세 정책으로 낭비됐다고 본다.
한편으론, 노르웨이 국부펀드 역시 1996년부터 활성화했다는 점에서 대처의 후임 정부들이 '낭비성' 지출로 북해 석유 세수를 낭비했다는 비판도 있다.
북해 에너지 생산이 계속 줄고 있으므로 이에 따른 에너지 세수도 감소는 불가피하다.
영국 정부는 다양한 세수를 신설된 펀드에 넣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운영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와는 상당히 다를 걸로 전망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해외 투자가 의무이고 미국 빅테크 투자로 자산을 크게 불릴 수 있었다. 영국은 국내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노르웨이 펀드와 같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BBC는 "노르웨이 펀드가 30년 전 투자를 시작할 당시 첫 규모는 20억 노르웨이크로네였다"며 "아무도 영국 에너지 부 펀드의 지금 20억파운드로 출발해 2056년에 2조파운드가 될 걸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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