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만명 거리로…공권력 동원에 전주 대비 분위기 다소 진정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상점들 털려…이탈리아서도 긴장 고조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프랑스 각지에서 열린 고물가 항의 시위는 대규모 공권력을 동원한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 속에 지난주와 같은 극단적인 폭력 사태나 약탈 재발 없이 진행됐다.
당국이 폭력 사태 재연을 막기 위해 시위 제한령을 내리고 경찰 7만명과 헬기, 장갑차 등을 투입하는 등 과격 행동에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지난 17일보다 규모도 줄었고, 과열됐던 분위기도 다소 진정됐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전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수도 파리에서는 외곽으로 제한된 시위에 약 11만명이 참가했으며, 전국적으로는 약 30만명이 거리로 나서 전주의 55만여명보다 적은 총 40만여명이 동참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 참여를 독려한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인 노동총연맹(CGT)은 참가자 수를 80만명으로 집계해 정부와 차이를 보였다.
다만,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나 파리, 마르세유, 리옹, 보르도, 툴루즈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 막바지 시위대 일부와 경찰 간 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약 1천명이 체포됐다.
경찰은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채 경찰에 맞선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폭죽을 쏘며 긴장이 고조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극좌 세력에 이날 충돌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며 "이들이 봉기를 시작하고 끝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뉘녜즈 장관은 경찰을 향한 폭력은 이번에도 높은 수준이었지만 대규모 공권력을 배치한 덕분에 "지난주와 같은 상점 약탈과 건물 파손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며칠, 몇주 동안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인 폭력과 약탈 사태로 번지며 허를 찔린 프랑스 정부는 이날 대테러 특수부대를 포함해 약 7만 명의 보안 인력을 투입하며 혼란 재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파리 도심 곳곳의 지하철역이 폐쇄된 가운데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주요 박물관·미술관은 하루 휴관했고, 파리 생제르맹과 올랭피크 리옹은 축구 경기도 연기됐다. 명품매장부터 식료품점까지 상점들은 유리창을 나무판으로 막고 진열대에서 상품을 치우는 등 파손과 약탈에 대비했다.
주최 측이 다음 단계를 의미하는 '2막'(Act II)으로 명명한 24일 시위는 극단적인 폭력 사태 없이 지나갔지만, 대규모 시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돼 프랑스 당국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에 불을 댕긴 프랑스 고등학생 단체 '르누보 리세앵' 측은 오는 26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와 면담을 앞두고 구체적인 정부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시위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들 역시 내달 5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CGT는 정부와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시위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열악한 교육환경과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프랑스 시위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은 유럽 다른 나라들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알바니아 등에서도 대규모 시위와 충돌이 속속 이어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시내 중심부 카탈루냐 광장 주변에서 시위대가 쓰레기 수거함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는가 하면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소요 사태가 벌어져 총 128명이 공공 재산 훼손과 약탈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인 73명이 미성년자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수도 로마, 제2의 도시 밀라노, 토리노와 피렌체 등 주요 지역에서 크고 작은 집회가 열렸다. 로마에서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속에 시위대 일부가 콜로세움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공수부대 등 군경 1천400명이 배치된 밀라노에서는 지난 주말과 같은 명품 매장 약탈 행위 등은 보고되지 않았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도 약 400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산발적으로 충돌해 9명이 체포됐다고 브뤼셀타임스는 보도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