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조직적인 혼란 캠페인 가능성"…스페인 "하이브리드 공격"
협박 이메일에 이름 적힌 러 극우단체 부인…크렘린궁도 일축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유럽에서 슈퍼마켓 냉장고 사이버공격에 이어 항공기·언론사 폭탄 위협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려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 전술일 것이라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주요국 정부는 특정 국가나 단체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은 채 '조직적인 혼란 조장 캠페인'이라거나 '하이브리드 공격'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6일(현지시간) 항공기에 이어 언론사에 대한 폭탄 위협이 터지자 성명을 통해 "이같은 위협이 누구 소행인지 알 수 없다"면서도 "조직화한 혼란 조장 캠페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은 아일랜드에서는 유럽 지도자급 인사들의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오는 12일과 13일에는 유럽정치공동체(EPC) 회의와 EU 비공식 정상회의가 열려 아일랜드로서는 역대 최다인 약 50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모일 예정이다.
지난해 덴마크가 의장국을 맡았을 때 드론이 덴마크 영공을 침범했다는 보도가 잇따른 바 있다.
아일랜드의 배리 앤드루스 유럽의회 의원은 미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최근 위협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결론 내릴 만큼 충분한 증거는 없지만, 일련의 사건이 이어지는 건 국가 지원을 받은 개입일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앤드루스 의원은 "여기 브뤼셀과 EU 전역에서 많은 사람이 이미 러시아와 하이브리드 전쟁 상태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날 스페인 공영방송에 잇단 폭탄 위협은 "하이브리드 공격이자 심리전"이라며 "세계에는 유럽을 약화시키려고 이런 방식을 운영하는 행위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전날 취재진에게 "(이같은 위협은 유럽에서) 혼돈을 높이고 공포를 조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가짜 폭파 위협과 냉장고 사이버공격 등 최근 사건 모두 민간 인프라가 공격받고 있다는 뜻이라면서도 이들 사건이 "모두 연결됐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BBC 방송은 올해 초 민감한 지역에서의 드론 목격과 사이버 공격, 폴란드 국경에서의 수상한 활동, 독일 공항 드론 공격에 더해 최근의 슈퍼마켓·혈액원 냉장고 사이버 공격까지 유럽 전역에서 계속되는 악의적인 행위에 대해 "일각에서 러시아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공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서방 제재가 러시아 항공사들의 유럽 하늘길 진입을 막고 있으니 서방 국가도 같은 고통을 느껴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BBC는 항공기 위협 등이 러시아, 또는 이란, 이들의 통제를 받는 대리세력과 연계됐다는 구체적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전날 이탈리아 항공 당국에는 '남성 국가의 전사들'(Fighters of the Male State)이라는 이름으로 이메일이 전송됐는데, 이는 러시아 극우단체 '남성 국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단체는 2021년 러시아 법원에서 금지당했지만, 이후로도 연계된 텔레그램 계정은 수만 명 팔로워를 거느리고 활동을 이어갔다. 한 채널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노골적인 친러시아 메시지를 올리고, 최근 청년 시위와 같은 유럽 내 긴장이나 문제를 조명하는 글도 게시했다.
BBC는 그러나 단체의 이메일이 진짜라고 하더라도 서방 당국에 범행 배후와 동기를 파악할 만한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남성 국가' 설립자인 블라디슬라프 포즈드냐코프는 BBC에 보낸 답변에서 "무슨 남성 국가? 어디서 봤나? 그건 수년간 존재하지 않았다"라며 "내일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서명이 든 편지가 있으면 우리 대통령에게 그런 멍청한 질문을 할 것인가"라고 적었다.
전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유럽 슈퍼마켓 해킹과 관련해서 러시아 배후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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