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기관 채용 점검] 내년에도 '역대급 채용' 가능할까?... '정규직 전환' 후폭풍 우려도

입력 2017-10-16 19:31   수정 2017-10-24 09:08




△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를 방문해 함께 대화를 나눴다 (사진=한국경제 DB)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는 공공 기관 일자리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청년고용할당제’, ‘블라인드 채용’, ‘합동 채용’, ‘탄력정원제’ 등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새롭게 제시하고 실험에 나서는 중이다. 과연 그 정성과 노력은 ‘통(通)’할까.  

지난해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 기관의 신규 채용 인원은 2만1016명이었다. 2015년 대비 1855명(9.7%)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채용 인원이 처음 2만 명을 돌파한 데는 공공 기관의 사업 확장이 큰 몫을 했다. 한국전력,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철도공사 등이 사업량 확대와 신규 사업 운영 등을 이유로 채용을 늘렸기 때문이다. 임금 피크제 도입, 지방 이전으로 인한 퇴직 인력 충원도 신규 채용 확대에 일조했다. 

지난해 채용 규모가 크게 늘었던 만큼, 올해 신규 채용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기업 및 공공 기관 일자리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에서 밝힌 공공 기관 신규 채용 규모는 2만2362명이다. 연초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 기관 신규 채용 예상 인원 1만9862명에 지난 7월 공공 부문 일자리 확충 인원으로 밝힌 2500명을 더한 숫자다. 채용 목표를 달성한다면 지난해 세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123개 공공 기관 채용 규모, 작년보다 늘었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123개 공공 기관(공기업 및 준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올해 채용 규모를 밝힌 117개 기관의 2017 정규직 채용 인원(예정 포함)은 1만2295.5명(시간 선택제의 경우 주 20시간 근무는 0.5명, 주 30시간 근무는 0.75명으로 계산)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만654.25명보다 1641.25명 늘었다.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린 기관은 39%(49곳)에 불과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철도공사, 근로복지공단 등이 대규모로 채용을 확대해 전체 채용 인원은 증가했다.    

공공 기관 한정된 정원, 자율적으로 확대하기는 역부족 




과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공공 기관 채용이 얼마나 늘어날까. 이는 취업 준비생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조사에서 작년보다 채용 규모가 늘지 않았거나 줄어든 공공 기관의 상당수는 정원의 ‘증원’ 규모가 작았던 것을 이유로 꼽는다. 공공 기관은 정해진 정원 내에서만 신규 채용을 진행할 수 있다. 정원이 대규모로 증원되지 않는 이상, 신규 채용 대부분은 퇴직 인원의 자리를 채우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원 관리, 즉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다. 현행 규정상 중앙정부 산하 공공 기관이 증원을 위해서는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지방 공기업은 지방자치단체장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공공 기관 자율에 채용을 맡긴다지만, 실상 채용 확대 결정권은 정부에 있다는 말이다.

기재부는 공공 기관의 내부 시설이나 신규 시설 및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증원 규모를 결정한다. 신규 인력 보강의 타당성이 있어야만 증원이 가능하다.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정원을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 기관 증원은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적정한지 검토해 결정한다”며 “최대한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려 하나, 기대만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매년 공공 기관 정원은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에서는 ‘탄력 정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자리 나누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총인건비 범위 안에서 정원을 증원하는 결정을 기재부와 협의하지 않고도 기관 자율로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탄력 정원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한국동서발전이다. 한국동서발전은 공기업 최초로 탄력정원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일자리 나눔조’를 운영해 인건비 증가 없이 올해 72명을 추가로 선발한다. 

한국동서발전은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4조 3교대로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임직원은 3일간 오전, 오후, 야간 근무와 1일 휴무를 반복한다. 근무 대상자가 휴가, 교육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다른 근로자가 초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 채용하는 인원은 ‘일자리 나눔조’로 편성돼 다른 근무 조원의 휴가나 교육 때 대체 근무할 예정이다. 기존 대체 근로자에게 지급할 초과 수당을 나눔조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형태라 추가적인 인건비 상승은 없다. 11월 중 채용 공고를 내고 연말까지 채용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올해 탄력 정원제를 통해 추가 채용하는 인원은 2500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건강보험공단 요양 시설에 필요한 요양보호사 300여 명도 포함된다. 정부는 탄력 정원제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내년부터 확대 적용되는 청년고용의무할당제도 청년 신규 채용 확대의 기대감을 높인다. 청년고용의무할당제는 근로자 30인 이상의 공공 기관이 매년 의무적으로 정원 3% 이상의 청년을 신규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8년부터는 의무 채용 비율이 3%에서 5%로 늘어난다. 청년고용의무할당을 이행한 공공 기관은 경영 평가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공공 기관의 청년고용의무할당제 이행률은 매년 개선되는 추세다. 청년고용의무제 적용 대상 공공 기관의 이행률은 2015년 70.1%에서 2016년 80%로 9.9%p 높아졌다. 2016년 전체 정원 대비 청년 신규 고용률은 5.8%다. 전년 대비 1.1%p 증가했다.  

공공 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신규 채용에 영향 미칠까 

일각에서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신규 채용 감소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총 31만 명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올해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공공 기관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일자리 부족, 인건비 추가 발생 등으로 신규 채용자가 줄어들고, 청년들은 일자리 기회를 잃는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상당수 전환 대상이 고령자 선호 직종”이라며 “청년 선호 일자리는 다른 근로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제한 경쟁, 공개 경쟁 등의 채용 방식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없던 자리를 만들어 채용하는 것이 아니기에 신규 채용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은 발생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인건비가 다소 부담된다고 해서 추가적으로 생기는 업무를 하지 않을 수는 없기에 필수 인력 채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실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채용을 진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확인 결과, 아직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좋은일자리창출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시작될 것”이라 밝혔는데, 그렇게 되면 내년 상반기 채용부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신규 채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공사 관계자는 신규 채용에 비정규직 전환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협력사가 수행하는 업무는 현장 업무나 유지·보수 등이 대부분인데, 이는 기존 정규직이 하던 업무와는 다르다. 인건비 부담이 다소 늘기는 하겠지만, 기존의 정규직 수준으로 급여를 책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이는 고용부에서 발표한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직종별 동일 가치 노동-동일 임금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하라는 지침에 근거한 것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더라도 각 직종에 맞은 임금 수준을 산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 선임 연구위원 역시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배 위원은 “실제 정규직(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은 19만 명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건비가 추가적으로 발생하지만 직급에 맞는 임금 체계가 만들어져 부담될 정도는 아닐 것”이라 말했다. 배 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추가로 지급되는 금액은 식대 13만 원, 명절 상여금 연 100만 원(월 8만3333원), 복지 포인트 연 40만 원(월 3만3333원) 수준이다.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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