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1000% 달성’ 클로렌즈 박찬우 대표…“매출 절반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

입력 2017-10-30 14:46   수정 2017-10-31 09:20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박찬우 클로렌즈 대표(숭실대 경제학 11학번)






박찬우

1992년생

2017년 숭실대 경제학 4학년 휴학 중

2017년 6월 ‘클로렌즈’ 설립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수익금의 절반을 기부하는 대학생 CEO가 있다. 8월 오픈 후 두 달 간 월 1000만 원의 매출이 났는데 이중 절반을 3개 유기동물 보호소에 내놓았다. 덕분에 대전의 한 보호소는 ‘압류’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끊겼던 전기와 수도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330마리의 동물들도 다시 활기를 찾았다.

2016년 기준, 국내 유기동물보호소는 307개에 달한다. 그러나 대다수가 사설로 운영되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가 쉽지 않다. 박찬우(25) 대표가 올 6월, 클로렌즈를 설립한 이유다. 박씨는 의류·소품숍 클로렌즈를 통해 얻은 매출 절반을 유기동물 보호소의 재정자립을 위해 쓴다. 특히 구매자에게도 직접 기부할 보호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 ‘함께 기부한다’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냈다. 향후에는 또 다른 사회적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부 규모를 더 키울 계획이다. 





2번의 피보팅… 성공 뒤에 가려진 뼈 아픈 실패




10월 28일, 클로렌즈의 1기 자원봉사단 ‘클로레인저’ 발대식이 있었다. 30명 선발에 무려 240명이 지원했고 이중 절반은 박찬우 대표가 직접 면접까지 봤다. 이들은 보호소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고 지원을 독려하는 임무를 맡는다. 2주에 한 번씩 모여 보호소를 직접 방문하고 다 같이 홍보 전략도 짤 예정이다. 

“클로렌즈를 운영하면서 많은 보호소를 다녔는데 손이 닿지 않는 곳이 너무 많았어요. 스타트업다운 해결책을 찾다가 클로렌즈와 파워레인저의 합성어인 ‘클로레인저’가 탄생했습니다. 유기동물의 히어로 같은 거죠.”

클로렌즈는 티셔츠, 휴대폰케이스 등 의류나 소품을 판매하고 여기에서 나온 수익금의 일부를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한다. 단순히 금전 지원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보호소의 물질적 여건을 개선해주고 자체 봉사단, 수의사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해 최종적으로는 보호소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한다.



최근 이 같은 클로렌즈의 선한 뜻은 유명 연예인의 마음도 움직이고 있다. 가수 공민지, 아나운서 박지윤, 뮤지컬배우 강성욱 그 외 여러 힙합 가수들이 클로렌즈가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고 SNS에 인증샷을 남겼다. 마케팅을 위해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중 절반은 정말 순수한 고객이다.

“요즘 쇼핑몰 고객 목록을 살피다 보면 낯익은 이름들이 종종 눈에 띄어요. 그럴 때 신기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기죠.” 

박 씨는 평소에 주변으로부터 ‘사업을 해보라’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 워낙 능동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한 건 군에 입대해서다. 판문점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 사고로 다치는 동료를 자주 보면서 “제대하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현실은 젊은 청년의 기대를 완전히 배신했다. 정식 피보팅(방향전환)만 2번. 그 사이에도 수차례의 실패를 반복했다. 첫 실패는 팀 내부에서 비롯됐다.

“창업의 8할은 팀워크라는 걸 몰랐어요. 팀원의 공감을 끌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제 뜻대로 따라오기만을 원했죠. 제 욕심대로 되지 않을 때면 스스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팀이 분열됐어요.”

두 번째 사업 역시 반 년 만에 엎어야 했다. SNS마케팅 서비스 사업이었는데 이번에는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를 비롯한 팀원들은 ‘과연 이 상태로 1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빠졌고 결국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제 역량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러나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 저만 믿고 따라준 팀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참을 수 없었죠.” 



설립 두 달 만에 2000만원 매출… 크라우드펀딩 1000% 달성




좌절하고 또 좌절했지만 아직도 24세. 그는 한없이 젊었다. 다시 한 번 딛고 일어섰다. 이번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고객과의 접점이 넓은 제조·유통업을 선택했다. 특히 가장 하고 싶었던 ‘유기동물’ 관련 일을 하기로 했다. 

박찬우 대표의 어릴 적 꿈은 환경운동가였다. ‘중학생 때 TV에서 북극곰이 죽는 모습을 보고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다’는 그는 그 뒤로 그린피스에 가입해 동물보호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철창에 갇혀 외로움에 떨고 있는 동물들을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환경운동이란 게 멀리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당시 관련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다뤄지고 있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 ‘마리몬드’ 덕에 사회적 기업의 입지도 좋아지고 있었다. 

팀원 구성에도 한층 심혈을 기울였다. 숱하게 찾아다닌 해커톤에서 마침내 PM급 개발자를 영입했고 젊은 마케터와 연륜 있는 개발자와의 중간 다리가 되어 줄 30대 초반의 디자이너도 찾아냈다. 두 번의 실패는 그를 더 이상 청년 창업가가 아닌 ‘CEO’로 만들어 준 것이다. 

남은 건 가장 중요한 수익 모델이었다. 경쟁업체를 조사하던 박 씨는 마침 당시 사회적 기업 중 의류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에 젊은 느낌을 입혀보기로 했다. 또 디자인은 ‘동물’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마리몬드처럼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참여할 수 있는 무난한 아이템으로 선택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본격 오픈 전인 올 5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량을 사전 주문받았는데 목표치의 무려 800%를 달성했다. 바로 다음 달의 앵콜 펀딩에서도 1000%의 후원금을 모았다. 



현재 클로렌즈는 정식 설립 두 달 만에 스스로의 힘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5명의 직원에게도 지난 달부터 꼬박꼬박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광고 협업 제의가 들어왔고, 정식 송출까지 며칠만 남겨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꾸준히 그들을 지원하던 한 투자사가 엔젤투자도 지원할 예정이다.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또 한 번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아트워크 작가와 함께 모자 등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죠. 조만간 온라인 동영상 채널도 엽니다. 유기동물을 힙합, 보드 등 마이너 감성과 결합해 버려지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릴 거예요.” 

클로렌즈 CEO로서 박찬우 대표의 꿈은 매우 구체적이다. 3년 안에 전국 유기동물보호소 50곳에 월 200만원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싶다는 것. 팀원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름 한 명씩 불러도 될까요. 하동권, 김은정, 김수연, 이재인. 모두 함께 해줘서 고맙고 이렇게 유능한 직원들과 더 나은 클로렌즈를 만들 테니 모두 지켜봐주세요.”

사진 | 김기남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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