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의 ‘YOUNG농이야기’] 임승규 사람과곤충 대표 “쌍별귀뚜라미 사육으로 연 6000만원 수입… 본인에 맞는 곤충 선택이 관건”

입력 2019-01-22 17:17   수정 2019-01-23 13:59


[청년농부의 ‘YOUNG농이야기’]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직업군인으로 8년간 복무하다 전역한 바로 다음날 ‘개구리밥농장’의 ‘사장님’이 된 임승규(36) 사람과곤충 영농조합법인 대표. 군복을 벗자마자 하루아침에 창업농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임 대표는 청년농부가 되기 위해 3년을 오롯이 개구리 공부에만 매진했다. 처음 북방산개구리 사육에 사용되는 먹이로 쌍별귀뚜라미를 선택했던 것을 계기로 2016년부터는 쌍별귀뚜라미를 전문적으로 사육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시에서 사람과곤충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곤충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개구리밥농장은 쌍별귀뚜라미를 사육하는 식용곤충 농장이다. 임승규 대표는 쌍별귀뚜라미 외에도 고소애(밀웜)와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 등을 함께 사육하고 있다. 또 영농조합 사람과곤충의 대표로서 조합원들과 함께 1만 4000평의 노지작물과 2000평의 배밭, 400평의 하우스에서 고구마·감자·배추··옥수수·양배추·배 등의 작물도 재배한다.

원하는 시간에 관리할 수 있는 곤충사육 농업

임 대표에게 겨울철은 느긋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때다. 3월부터 11월까지는 밭에서 퇴비 뿌리기, 두둑 만들기, 비닐 씌우기 등 작물 관리와 수확 활동을 하느라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곤충 사육을 시작할 수 있지만, 밭일이 없는 겨울철에는 쌍별귀뚜라미 사육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전이면 매일 태어나는 쌍별귀뚜라미 새끼들을 사육통으로 옮겨주고, 성체 귀뚜라미로부터 받을 알집을 수거해 보관한다. 또 나머지 쌍별귀뚜라미들에게 사료와 함께 수분을 섭취할 수 있는 배추나 양배추를 급여한다. 오전 중 느긋하게 작업을 끝낸 후 오후에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고.

“쌍별귀뚜라미는 실내에서 사육이 가능하고 적은 시간만 들이면 돼 24시간 중 제가 원하는 시간에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혼자 사육할 경우 공간은 20평 정도면 충분하고 사료값과 난방비도 많이 들지 않죠.”







△개구리밥농장에서 사육중인 귀뚜라미의 모습. 사진 제공=사람과곤충


그가 사육하는 쌍별귀뚜라미는 여섯 번의 탈피 후 일곱 번째에 날개가 달린 성체 귀뚜라미가 된다. 처음 태어난 쌍별귀뚜라미는 ‘1령’ 또는 ‘핀헤드’라고 불리며, 이후로 탈피할 때마다 2~6령을 거쳐 7령인 성체 쌍별귀뚜라미가 된다. 흔히 우리가 아는 우는 소리를 내는 귀뚜라미는 성체인 날개 달린 귀뚜라미고, 성체 이전 1~6령의 귀뚜라미는 날개가 없어 울음소리를 낼 수 없다.

귀뚜라미가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암컷귀뚜라미의 구애 행동 중 하나라고. 암컷귀뚜라미는 엉덩이 끝에 1cm가량인 바늘모양의 산란관을 가지고 자연 상태에서는 땅속에, 농장에서는 오아시스(꽃꽂이용 플로랄폼)에 알을 받아 부화를 시킨다. 오아시스에 받은 알은 7일차(사람과곤충 농장 기준)에 부화한다. 쌍별귀뚜라미 1령이 성충인 7령이 되기까지 35일 이내의 시간이 걸린다. 성체가 된 쌍별귀뚜라미는 알 받는 용도와 판매돌 용도로 나뉜다. 알받이용 쌍별귀뚜라미는 10일간(10회) 알을 받아 부화시키고, 성체로 키우는 반복을 진행하게 된다.

임 대표가 쌍별귀뚜라미(쌍별이)·굼벵이·고소애·장수애(장수풍댕이 유충) 등을 키워 올린 매출이 2017년 기준 6000만원이다. 쌍별귀뚜라미는 파충류와 조류·양서류·어류의 먹이용뿐만 아니라 사람이 먹는 건조·분말 형태로도 공급한다. 

“쌍별귀뚜라미가 간 보호 기능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한약방에서 환이나 즙을 만들기 위해 주문하기도 하고, 분말은 조미료 대신 사용하기 좋아요. 육류를 먹지 않는 이들이 단백질 보충원으로 귀뚜라미를 구입하기도 합니다.”

직업군인에서 청년농부가 되기까지

학창시절 그는 ‘군인이 되는 것’과 ‘장사를 하는 것’ 두 가지의 꿈을 가진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육군부사관인 친구 형의 간부용 점퍼, 일명 ‘개구리 잠바’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직업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임 대표.

“스물한 살이 되던 해 다른 사람들이 마지못해 가는 군대를 저는 자원해서 갔죠. 군 생활은 적성에 맞고 만족스러웠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어요. 공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노트에 하고 싶은 것들을 적었습니다. 그러다 북방산개구리 사육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전역 3년 전부터 북방산개구리 공부에 매진했어요. 틈나는 대로 농장을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고향에 개구리농장을 마련한 다음 전역했습니다.”



△농장 전경. 사진 제공=사람과곤충

초기 창업비용은 5000만원 가량이 들었다. 고향인 원주에 땅을 임대해 하우스와 판넬 사육장, 사육선반 등을 설비하고 내부 시설까지 구비한 후 2012년 9월 30일 전역한 그는 바로 다음날인 10월 1일 ‘개구리밥농장’의 문을 열었다.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개구리 사육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0만마리 이상을 키우는 과정에서 질병과 위생관리 문제가 나타났다. 이때 북방산개구리 사육에 사용되는 먹이로 쌍별귀뚜라미를 선택한 것이 뜻밖의 새로운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귀농 초기부터 농장 관리와 일상생활 등을 인터넷 블로그에 기록했는데, 어느 날 블로그 방문객이 귀뚜라미 판매를 요청한 것. 2016년부터 임 대표는 개구리 사육보다 쌍별귀뚜라미 사육과 판로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고 쌍별귀뚜라미 전문 농장을 운영하게 됐다. 

귀뚜라미 번식과 사육에 적합한 온습도 등은 꾸준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2016년에는 농촌진흥청이 추진한 ‘유용곤충 실용화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돼 모두 54평 규모의 사무실과 사육장 등을 지을 수 있었다. 

2017년 4월 발생한 산불 화재 사고로 초기 운영중이던 개구리밥농장인 700평 부지가 모두 손실되어 피해를 입고, 현재는 사람과곤충 농장인 54평의 사육장만 운영하고 있어요. 지난해는 건강상의 문제로 휴식기를 갖다보니 약4000만원 가량의 수익만 났는데, 올해는 사육장을 확충해 원활하게 쌍별귀뚜라미를 생산 판매할 계획입니다.



영농조합법인 ‘사람과곤충’ 대표… “본인에게 맞는 곤충 선택해야”

“농장일이 커지고 다양해지면서 사육, 포장, 택배, 영업, 홍보, 기타 농작물 생산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해요. 현재는 5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 ‘사람과곤충’을 설립해 좀 더 체계적인 곤충 농장을 운영하는데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농업조합과는 다르게 조합원 다섯 명 모두가 고구마, 감자, 배추, 양배추, 옥수수 등 각기 다른 농작물을 생산한다. 조합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농업을 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품앗이로 서로 돕는다. 또 서로의 재배 품목이 다르기에 조합원의 농산물을 서로가 판매하고, 판매한 금액에서 수수료를 받아 서로의 수익으로 발생시킨다. 이렇게 해서 올리는 부수입 규모가 연 2000만원에 이른다. 

“곤충 사육으로 귀농을 준비하려면 본인에게 맞는 곤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국내에 식용으로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곤충은 쌍별귀뚜라미, 굼뱅이, 장수애, 고소애, 벼메뚜기, 누애, 번데기 등 7종이에요. 어떤 곤충을 어떤 용도로 판매할지와 앞으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가공품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에 맞는 예산을 계획한 뒤 사육을 진행하세요.”

임 대표가 처음 농업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던 때에 비해 지금은 농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늘었다. 사육 방법을 물으러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2017년에만 840여명이 농장을 다녀갔다고. 임 대표는 “창농 후 소득으로 연결하려면 홍보와 마케팅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청년농부는 많지만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청년농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고충”이라며 “최근 청년농부들의 모임이 늘고 있는데, 단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그치기보단 서로의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배우고 협업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곤충식품을 다양하게 상품화하고 차세대 주요 소비자인 어린이들에게 ‘곤충은 식품’이란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이외에도 곤충을 이용한 체험학습을 통해 ‘곤충’ 하면 갖게 되는 인식을 바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에요.”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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