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 남민영 기자 / 김지영 대학생 기자]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비행기를 다시 게이트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땅콩회항’이라 불리며 사회 내 만연하게 퍼진 ‘갑질’사건의 시작을 알렸다. 5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갑질 횡포는 사라졌을까.

지난해 용인 신세계백화점에서는 피부 트러블을 이유 삼아 고객이 직원 머리에 크림을 쏟아 붓는 소비자의 갑질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기업 또는 판매자를 상대로 제품을 구매한 후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이들을 ‘블랙 컨슈머’라 칭한다. 이러한 블랙 컨슈머들로 인해 많은 직원, 아르바이트생은 곤욕을 치른다. 최근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하이파이브 데이’ 이벤트를 진행했다. 근로자들의 감정 노동에 대한 고객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하이파이브 그림판에 손을 가져다 대면 음료를 사이즈 업그레이드 해주는데 고객은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해당 그림판에 적힌 조항을 읽게 된다. ‘스타벅스 파트너는 고객 앞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혀여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등이 적혀있다. 이 조항은 산업안전보건법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 시행에 의거한 것이다.
스타벅스 파트너처럼 대부분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블랙 컨슈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 무조건 고객의 민원을 덮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 회사의 보호는 더욱 받기 힘들었다. 백화점에서 일했던 최종민(23)씨는 ‘을’의 입장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체감했다. “점심 시간이라 유독 주문하는 줄이 길었다. 한 손님이 자기 차례가 되자 욕을 하며 ‘뭐가 이렇게 느리냐’, ‘일을 이렇게 밖에 못하냐’ 등 인신공격을 했다. 하지만 보호는 커녕 상사에게 꾸지람을 받았다.”
이런 블랙 컨슈머들의 갑질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아르바이트생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은 ‘매너 소비자’의 말과 행동이었다. 1월에 발표한 알바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바생이 꼽은 매너소비자’ 1위는 ‘알바생의 인사에 함께 인사’, 2위는 ‘감사 표현’, 3위는 ‘작은 실수에 기다려주는 고객’, 4위는 ‘사용한 테이블이 깔끔할 때’, 5위는 ‘기억하고 다시 찾아주는 고객’이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당시 매너 소비자를 만났던 정해리(23)씨는 “가게 안에서 빵이랑 음료를 먹던 손님이 다 먹은 쓰레기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봐서 내가 치우겠다고 감사하다고 했더니, 제가 더 감사하죠 라면서 고생한다고 음료를 하나 더 계산하고 내게 주더라. 첫 알바라 긴장을 많이 할 때였는데 알바생 마음을 이해해주고 위로해줘서 그 손님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12년 JTBC에서 인기리에 방영 됐던 드라마 <아내의 자격>에는 “내 아들은 갑으로 키우고 싶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갑을 꿈꾸는 이들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갑의 위치에 갈수록 ‘갑질’을 일삼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매너 소비자의 작은 배려가 훈훈한 미담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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