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충남대 이병욱 교수 “진로 고민 없는 교육이 대학 진학 부추긴 셈”

입력 2020-04-07 10:54   수정 2020-04-09 09:06


[하이틴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취업보다 대학 진학에 더 관심을 갖게된 사회적 배경은 뭘까. 2005년부터 한국직업교육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충남대 이병욱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져 기업의 고용이 줄어든 반면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 진학의 기회는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정책적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 고졸 채용을 활성화하는 한편 국가 차원에서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선택하기에 앞서 정말 대학 교육이 필요한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인혁 기자

이병욱 충남대 교수

2006년 9월~현재 충남대학교 기계·재료공학과 교수 

2005년 8월~현재 한국직업교육학회 이사 및 편집위원장 

2002년 11월~현재 대한공업교육학회 부회장

2018년 12월~2019년 12월 대통령 직속국가교육회의 위원


특성화고의 설립 취지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특성화고는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진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기관입니다. 막연히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라고 규정하기보다는 조기에 자신의 진로를 남들보다 일찍 준비하고 싶은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특성화고 졸업자가 대학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노동 시장에서 채용 자체가 많이 줄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단축 등 구조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현장실습사고 등의 문제로 교육부 차원에서 학습중심 현장실습 제도로 변화 하는 과정에서 취업률이 낮아졌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는 어려워진 반면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대학 진학 기회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부터 지금까지 나름대로 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했고 꾸준한 성과를 거뒀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정책의 효과들이 반감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 선호 현상이 지속될까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경제가 살아나야 채용이 늘어나는데 지금은 침체기로 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책적으로 고용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한편 모든 교육 단계에서 국가 차원에서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진로 교육이 필요 합니다.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진로 교육’은 어떤 의미인가요.

현재 우리의 교육은 진로나 적성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점수에 맞춰 서열화된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교육이 노동과 연계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초등학교나 유치원 단계부터 앞으로 어떤 직업을 찾고 어떻게 직업인으로서 생계를 유지하며 사회적 역할 분담을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취업이 아니라 대학에 쉽게 입학하기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하는 편법도 늘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특성화고 졸업자의 대학 진학은 진로 선택의 다양화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며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진행됩니다. 빠른 취업을 하고 싶어서 특성화고에 입학했지만 중간에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한 학생들을 위한 제도죠. 학생과 학부모 중 그런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기본적인 진로 변경 기회까지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원 충원을 목적으로 특성화고 대입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학도 있습니다.

양심 없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자의 수가 많다는 것은 모든 교수가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대학 졸업생 인원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합니다. 많은 이들이 하향 취업을 하고 취업 재수와 취업 삼수로 이어지니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비효율적입니다. 대학교수들도 이를 알고 있지만 자신이 몸담은 학교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선취업 후학습은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진학이 아닌 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 중 하나입니다. 선취업 후학습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요.

직장에 다니다가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라면 이상적인 제도입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취업을 하면 앞으로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식으로 선취업 후학습을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학에 초점을 둔 이런 설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선취업 후학습을 실행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재직자 입장에서 선취업 후학습이 쉽지 않은 현실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직장이 수도권이 아닌 경우에는 자신의 직무와 맞는 전공을 개설한 학교를 찾기 어렵습니다. 지방의 경우 근무지가 도심이나 대학과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다양한 전공을 개설한 학교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야간 근무에 차질이 있어 꺼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성화고가 다시 본래의 설립 취지로 돌아가기 위해 정부와 학교 현장에서 노력해야 할 점은 각각 무엇일까요.

교육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진로 선택의 기회를 다양 하게 제시하되 그 선택권은 학생들에게 있어야 합니다. 설령 특성화고에 입학해서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그 선택에 의미가 있으려면 노동 시장과 직업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겠죠. 학교 현장에서 지도하는 선생님들에게도 직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진로에 대해 어떤 고민이 선행돼야 할까요.

대학 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일반고뿐 아니라 모든 교육 단계에서 필요합니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가듯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학생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신중한 고민을 거쳐 대학 진학 여부를 선택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할 것입니다.

hy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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