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직격틴 맞은 대학가 상권, '밥심'프로젝트로 다시 부활할까?

입력 2021-01-29 15:32   수정 2021-01-29 15:33

[한경비즈니스=이진이 기자][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강민지 대학생 기자]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대학 상권의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고려대 인근 안암 상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안암 상권의 침체를 해결하고자 직접 기부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들이 있다. 바로 펀딩 프로젝트 ‘밥심’이다.


△왼쪽부터 방의진, 정준하, 이송연.


‘밥심’은 ‘안암을 지킬 작은 마음의 시작’이라는 주제 아래 시작된 안암 상권 지키기 프로젝트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안암 상권을 돕고자 기획됐다. 자체 제작한 굿즈 판매를 통해서 모인 기부금으로 안암 상권 내 식당의 음식을 구입하고, 이를 성북구 내 복지 기관 및 성북보건소 선별진료소 의료진분들께 전달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 ‘밥심’의 팀원 정준하(고려대 신소재공학부 14학번), 이송연(고려대 사회학과 16학번), 방의진(고려대 영어영문학과 13학번) 씨를 만나 프로젝트 과정에 대해 들었다.

프로젝트 ‘밥심’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준하 “대학 강의에 사회적 기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제가 있었다.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중 학부생 시절 자주 방문했던 식당인 ‘청석골’이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 때문에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암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매우 소중했기에 안암 상권 침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유명한 펀딩 사이트를 이용하는 대신 직접 ‘밥심’만의 펀딩 사이트를 제작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정준하 “원래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유명한 펀딩 사이트를 선정해 펀딩을 개설하려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펀딩 사이트에서 기부 관련 펀딩은 진행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고다. 그나마 가능했던 펀딩 사이트가 있었지만, 이러한 사이트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밥심’ 프로젝트가 지니는 ‘기부’의 의미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고민 끝에 직접 사이트를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펀딩 과정.


프로젝트 ‘밥심’을 대표하는 캐릭터, ‘밥시미’가 나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이송연 “‘밥으로 힘을 주고 싶다’가 프로젝트의 중심 메시지다. 이 메시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민하다가, 밥을 잔뜩 먹어 밥풀을 입가에 잔뜩 묻히고 행복해하는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 완성된 ‘밥시미’에 ‘고려대다움’을 더하고 싶어서 학생의 컨셉을 입혔다. ‘4년 차 프로안암러’ 콘셉트로, ‘학사모를 쓴 밥시미’, ‘과잠을 입고 맥주를 마시는 밥시미’처럼 학교생활의 모습을 캐릭터의 모습에 담아냈다. 또 밥시미 굿즈 곳곳에 안암 식당 메뉴들을 포함시켜 해당 식당의 메뉴들을 맛있게 먹는 캐릭터를 만들었다.(웃음)”

굿즈 판매를 통해 펀딩을 기획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방의진 “처음에는 ‘밥심’ 프로젝트에 공감해주시고 행동까지 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기부금에 따른 리워드 형식인 굿즈로 전해드리려고 했다. 그러던 중 굿즈 관련 기부 펀딩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다 ‘굿굿즈(Good Goods, 판매 수익의 일부가 좋은 일에 쓰이는 상품을 가리키는 말)’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밥시미 역시 굿굿즈로 만들어 프로젝트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굿즈 판매를 통한 펀딩이라는 방향 아래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밥시미 굿즈.


밥시미와 함께하는 안암 가게’를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이송연 “안암동을 기억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곳들로 선정했다. 선정 과정에서 프로젝트 팀원들과 안암 상권 내의 ‘최애’ 가게를 공유하고, 추가로 주변 학우분들의 의견을 받아 6곳 정도를 선정하게 됐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이송연 “프로젝트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데 들어갈 안암 상권 가게 사장님들을 인터뷰하러 다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사장님들이 곧 장사를 접으려고 한다거나, 많이 힘들다는 말을 카메라 앞에서 할 때 촬영하면서 눈물이 났다. 또, 펀딩 사이트에 응원 메시지를 작성하는 칸이 있다. 여기에 21학번 새내기 분이 부모님이 유사 업종(자영업)에 종사하신다며 프로젝트를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남겨주신 것을 보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프로젝트 진행과 관련해 향후 목표가 있다면
방의진 “1월 25일부터 설 연휴 전까지 모인 기부금으로 구매한 도시락을 성공적으로 복지기관 측에 전달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이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추가 펀딩을 진행하는 데도 힘써보려 한다. 최종적으로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좋은 사례를 남겼으면 한다. 타 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

프로젝트 ‘밥심’이 본인에게 지니는 의미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정준하 “‘추억에 대한 헌정’이다. 안암은 제2의 집 같은 공간이다. 골목 구석구석에 추억이 살아있고, 거리를 지날 때마다 그 기억들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의미 있는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준 안암에게, 골목과 가게들에게 고맙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고마움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송연 “‘사랑한다는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매일매일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자 연락해서 안부를 묻는다거나, 양보와 희생을 하거나, 힘들 때 다독여주는 그런 행위 모두가 사랑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밥심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동안 안암에 쌓인 애정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밥심을 통해서 안암 상권과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 놓인 분들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웃음)”

방의진 “‘마라톤을 뛰다 마시는 물 한잔’이다. 한참 뛰다가 지치고 너무 목이 마를 때 물 한 잔 마시고 힘내는 것처럼, 졸업생으로서 안암에 대한 애정을 되살리고 열정을 느끼게 해준 ‘밥심’ 프로젝트를 물 한잔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취업으로 인해 쌓여가는 걱정과 불안,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하루 속에 밥심 프로젝트를 만나 행복했고, 감사했다. 시원한 물 한잔처럼 에너지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또 이런 기회가 있다는 기꺼이 애정을 쏟을 것이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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