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어눌한 말투에 웃는 표정…'한국식 바보' 연기로 승부"

입력 2013-01-21 16:56   수정 2013-01-22 05:41

빵공장 근무 20대가 롤모델…여러 차례 찾아 표정 배워


액션영화 ‘최종병기 활’(700만명)에서 무자비한 만주족 장군 주신타, 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460만명)에서 여인들의 가슴을 쥐락펴락하는 카사노바 장성기,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명)에서는 냉철한 킹 메이커 허균 역까지 3연타석 흥행 홈런을 날리며 높이 솟구친 별 류승룡 씨(43·사진). 24일 개봉하는 새 코미디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는 딸을 한없이 사랑하는 여섯 살 지능의 정신지체 장애인 용구 역을 맡았다. 영화는 아동살해범이란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간 용구에게 감방 동료들이 그의 딸을 슬쩍 반입(?)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눈물과 웃음으로 그려냈다. 오달수 정진영 박원상 김정태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 출연했다. 서울 홍대 근처 한 카페에서 류씨를 만났다.

“1986년부터 연기하면서 제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 깨기에 도전했습니다. 달걀껍질을 깨고 나오듯이 말이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면서 안주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낸 배역 중 용구 역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나를 다 깨부수는 것이었으니까요.”

주신타 역이 그동안 자주 했던 악역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면 장성기 역은 ‘그래, (기회가) 왔어. 두고 보자’ 하면서 자신의 캐릭터로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던 역이다. 허균 역은 밋밋한 배역이었지만 정교한 시나리오 덕분에 극의 긴장감을 유지했다고 한다.

“용구 역을 시작할 땐 망망대해에 있는 듯싶었습니다. 짧은 지식이나 경험으로 흉내만 낸다면 과장된 희화화 연기가 될 것 같았어요. 수소문한 끝에 일산의 빵공장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의 롤 모델을 찾았어요. 그 친구가 일하는 공장에 네 차례 가서 하루 서너 시간씩 말하면서 어투나 표정을 살폈습니다.”

롤 모델은 항상 웃는 표정이었다. 문장의 주어와 술어를 바꿔서 말하거나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했다. 템포는 한 박자 늦었다. 이런 패턴을 숙지한 뒤 감독과 상의해 시나리오 대사를 확 바꿨다. 덕분에 할리우드 영화 ‘아이엠 샘’ ‘포레스트 검프’ 등의 바보와는 다른 ‘한국식 바보’를 창조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환경 감독에게 저를 캐스팅한 이유를 물었더니 악역(주신타) 연기를 보니까 ‘강아지 눈’ 모양이어서 천진난만한 모습도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답니다. 그 말에 넘어가 출연을 결심했지요.”

영화에서 두세 번째 주·조연을 주로 맡다가 첫 번째 주연을 해낸 소감을 물었다.

“(제 연기인생은) 큰 봉우리의 7부, 8부 능선에 와있는 게 아니라,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고지전’처럼 6~7번째 서열이라도 배역이 좋다면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배우들은 주연을 한 번 하면 조연을 안 하려는 풍토가 있는데 참 이상해요. 저는 오래갈 거예요. 가을에 핀 꽃처럼 말이죠.”

봄에 피었더라면 벌써 시들어 죽었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 데다 급한 성격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스스로 모난 부분을 많이 다듬었다고 한다.

차기작은 ‘최종병기 활’을 함께 했던 김한민 감독의 새 사극 ‘명량-회오리 바다’다. 그는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을 위협하는 일본 해적왕 역을 맡아 최근 양수리 세트장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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