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진입 장벽' 깨보자…'제작-설계 분리' 발상 전환…반도체 新시장 개척하다

입력 2013-01-24 15:30  

모리스 창 <TSMC 회장>

끊임없는 도전
하버드大 1년 만에 MIT 로 부사장 오른 반도체 회사서도 CEO 될 수 없다며 떠나

대만에서 일군 혁명
모두 반대한 반도체 위탁생산…연 매출 50억달러 대기업 성장…깐깐한 애플도 고객으로




휴대폰, 컴퓨터 등 스마트기기에 꼭 필요한 반도체.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소 4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회사들이 진입하기 힘든 이유다.

이런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 사람이 있다. 세계 1위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창립자 모리스 창 회장이다. 그는 반도체 설계·디자인 과정과 생산을 분리하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아이디어를 가진 엔지니어들은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는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 시장이 형성됐다.

모두가 말렸지만 창 회장은 파운드리 사업의 가능성에 자신의 명운을 걸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TSMC의 매출은 171억6700만달러(약 18조2571억원)에 달했다. 2~5위까지 파운드리 업체들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전년보다 9.8% 성장한 361억4100만달러에 달했다. 2016년에는 498억63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과 가난으로 단련하다

창 회장은 1931년 중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중산층이라지만 삶은 여유롭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가난과 전쟁이 전부였다. 중·일 전쟁과 일본의 점령 통치, 공산당과 국민당이 벌인 내전까지 겪은 가족은 그가 18살이 되던 1949년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는 “어린 시절 전쟁, 가난, 사회의 부조리함을 모두 겪었다”며 “이런 경험이 학업이나 회사 일에 최선을 다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창 회장이 결정을 할 때 주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 여부였다. 미국 하버드대를 다니다 1년 만에 매사추세츠공대(MIT)로 옮긴 것도 같은 이유였다.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선 좀 더 특화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졸업 후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실베니아 일렉트로닉스(Syvania Electronics)라는 반도체 회사였다. 하지만 이 회사는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곳이었다. 3년을 일하는 동안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들었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로 이직하기로 결심했다.

TI에 입사한 뒤 모든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들어갈 때만 해도 TI는 낮은 수율로 골치를 썩고 있었다. 수율은 ‘투입한 물량 대비 생산되는 양질의 제품 비율’을 말한다. 수율이 높을수록 회사의 이익률은 높아진다. 창은 입사한 지 3년 만에 0%에 가까웠던 수율을 25~35%까지 끌어올렸다. 웨이퍼(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 가공에 적절한 온도와 압력을 찾아낸 덕분이었다. “수율이 올랐던 날 너무 기뻐서 잠을 못 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관리자로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매 분기마다 반도체 가격을 내리는 정책을 업계 처음으로 실시했다. 경쟁사들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가격을 내리는 것은 바보 같은 정책’이라고 비판했지만, 이후 TI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올라갔다.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다

빠르게 승진해 부사장에 올랐지만, 한계를 절감했다. TI를 공동으로 창업한 두 명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어 자신은 결코 CEO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생활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2년 가까이 고민한 끝에 결국 TI를 떠나 대만으로 돌아갔다.

대만에서 새로운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대만 과학부를 책임지고 있던 케이티 리 장관이 찾아와 대만산업기술연구소(ITRI)의 소장 자리와 함께 대만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반도체 회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경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명성을 잃을 수도 있는 고비였다.

누구보다 반도체 사업을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고민에 빠졌다. 대만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대만의 한계는 명확했다. 연구·개발(R&D)이나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강점이 없었다. 한 가지 갖고 있는 장점은 뛰어난 생산·제조 능력이었다. 카버 미드 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1970년대 말에 쓴 글을 떠올렸다. 반도체 칩 디자인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미드 교수는 이 글에서 “반도체 디자인과 생산 기술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 회장은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를 생각해냈다.

파운드리가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을 공동 창업한 고든 무어조차 ‘파운드리는 쓰레기 같은 아이디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조회사가 있으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도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TI에 다닐 때 많은 디자이너들이 회사를 떠나고 싶어했지만, 생산에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 탓에 섣불리 그만두지 못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지요.”

1987년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TSMC를 설립했다. 그러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반도체 공정기술력이 떨어진 데다 고객사와 쌓아온 신뢰도 없어서였다. 초기 물량 확보는 오직 자신의 개인적 명성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조차도 자체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좀 더 싼 가격에 생산하기 위한 고객사들이 전부였다.

1991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을 던 엔지니어들이 앞다퉈 반도체 디자인 회사를 새로 설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만과 미국 등에 몇 개밖에 없던 팹리스 업체가 급격히 늘어 수천 개에 달했고, 주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혁신’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다

TSMC는 1996년 394억대만달러의 매출에 시가총액이 1500억대만달러(약 50억달러)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순환 사이클’(대개 4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익 증가 속도가 1996년부터 둔화하기 시작해 1997년과 1998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생산설비 과잉과 수요 침체가 겹쳐 반도체업계 전반의 이익이 줄어든 탓이다. 신속하게 제품을 출시하길 원하는 고객 회사들은 갈수록 더 좋은 품질의 칩을 요구했다.

창 회장은 발전된 공정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고객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 결과 ‘고객 회사가 TSMC를 조직의 일부로 여길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가상공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TSMC는 1996년 9월 ‘총체적 주문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고객의 웨이퍼가 어느 공정 단계에 있고, 언제 생산이 완료되는지 등 파운드리 공장의 상황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우리는 반도체 제조회사가 아닌 서비스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TSMC의 매출은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5%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올해는 애플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했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던 아이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위탁생산을 TSMC에 맡기기로 했다. 그는 “28나노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이 100%에 육박한다”며 “올해 90억달러를 신규 설비에 투자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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