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펙 제품 휘발유의 한계

입력 2013-01-29 17:01   수정 2013-01-30 14:32

박해영 산업부 기자 bono@hankyung.com


“10년, 20년이 지나도 신상품이 없잖아요. 스펙 제품이기 때문이죠.”

A정유사 직원이 29일 들려준 얘기다. 그가 지칭한 제품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다. 일정 기준(specification·스펙)만 충족시키면 되는 대표적인 상품이 석유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기름은 한국석유관리원이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자동차용 휘발유는 옥탄값과 황 납 벤젠 등 20개 항목, 경유는 인화점 등 16개 항목의 테스트를 거친다. 이 기준에 맞으면 정품 석유, 미달하면 가짜다.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도 두 종류뿐이다. 옥탄값이 91 이상 94 미만이면 보통, 94 이상이면 고급 휘발유다.

B정유사 임원은 “미국 주유소엔 대개 등급별로 3~4개 종류의 휘발유가 있다. 5개 이상 세분화한 곳도 가끔 눈에 띈다”고 했다. 소비자 구미에 맞게 제품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과거에 비해 국내 석유제품의 품질은 크게 향상됐다. 오염물질 배출 기준도 강화됐다. 황의 경우 자동차용 휘발유는 10년 사이에 함유량이 5분의 1로, 경유는 100분의 1로 각각 떨어졌다. 환경보호 의식이 높아지고 정제 기술이 발달한 덕분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으로 보면 여전히 선택권은 제한돼 있다. 스펙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를 유인할 동기가 없는 것이 원인이다. 최저 기준만 통과하면 되니 국내 4개 정유사의 기름 품질이 거의 똑같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 석유관리원이 각 정유사 기름을 섞어 봤더니 품질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기도 했다.

사실상 동일한 제품이어서 정유사들은 물류비용을 아끼기 위해 ‘교환거래’란 명목으로 서로 기름을 맞바꾼다. 영남에 정제시설이 있는 회사는 충청도에 팔 물량의 일부는 그 지역 회사 기름을 받아 자신들의 제품과 섞는다. 이런 물량이 국내 유통량의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유사들은 지난해 562억달러어치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진심으로 박수쳐 줄 일이다. 그러나 제품의 다양성 측면에선 아직 미흡하다. 이제 한국 소비자들도 취향에 맞고 회사별로 차별화된 석유제품을 보고 싶다. 제도 보완을 위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해영 산업부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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