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독이 든 성배'를 든 국민연금

입력 2013-01-30 16:49   수정 2013-01-31 00:26

박동휘 증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기업들이 국민연금 무서워 자진해서 상장폐지할지도 모를 일이다.”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에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이후 업계에 도는 얘기다. 현실화되기엔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가 기업 경영에 애로를 주고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투자를 반겼다. 주식시장의 최대 ‘큰손’이 기업의 미래가치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개인 투자자들에겐 국민연금의 한 수 한 수가 투자 나침반 역할을 했다.

동아제약 해프닝 이후엔 기류가 바뀌고 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사사건건 훼방을 놓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2005년 12월에 정한 의결권 행사 세부지침을 보면 기업들이 손사래를 치는 까닭을 짐작할 만하다.

‘황금낙하산’과 ‘사외이사의 시차임기제’ 등 적대적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항하기 위한 제도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돼 있는 데다,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주주가치가 훼손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반대하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더욱 우려하는 대목은 논란이 첨예한 사안일수록 국민연금이 외부 전문가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점이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라는 이상한 기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금운용본부가 찬·반 의견을 내놓기 거북할 때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한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기겠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9건의 안건이 이들에 의해 결정됐다.

동아제약 안건에 대해서 위원 9명 중 7명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소 10년 이상 자본시장 경험을 쌓고 국민연금에 들어온 운용 전문가들이 교수(6명), 연구원(2명), 변호사(1명)에게 기업가치와 주가의 미래를 물어본 셈이다. 게다가 전문위원 9명 가운데 3명은 지난 1월1일에 선임됐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작년 11월 말 기준 222개다. 최대주주의 전횡으로부터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남용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기금 수익률을 떨어뜨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보면 의결권 강화는 국민연금에 ‘독이 든 성배(聖杯)’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박동휘 증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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