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컵밥집 강제철거 해야 할까요

입력 2013-02-01 10:52  

  "엄연한 불법 영업인데다 통행 방해도"

  "무조건 몰아내는 건 생존권 위협행위"

서울 노량진 고시촌의 명물인 컵밥집이 최근 강제 철거된 것을 두고 찬반 양론이 시끄럽다. 서울 동작구청은 노량진역 인근 고시촌 주변에서 이른바 ‘컵밥’을 파는 500여개 노점상 중 4곳을 단속해 철거했다고 밝혔다. 다른 곳들도 자진 정비하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구청의 입장이다. 컵밥은 컵에 밥과 반찬 등을 담아 2000~3000원에 판매하는 간이 식사로 주머니 사정이 안 좋고 빨리 식사해야 하는 고시생들이 주 고객이다. 3~4년 전부터 고시촌 인근에 컵밥 노점상이 등장했는데 요즘들어서는 메뉴도 다양해지고 노점 수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문제는 컵밥으로 고시생들이 몰리자 상대적으로 매출이 줄어든 인근 상인들이 항의를 하기 시작하면서 컵밥 노점상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게됐다. 인근 상인들은 “컵밥 불법 노점 때문에 영업권을 침해받는다”며 구청에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에 구청 측이 컵밥 노점상들에게 자진철거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강제 집행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철거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시기에 어렵게 장사하는 컵밥 노점상을 꼭 철거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일고 있다. 이용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컵밥 철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컵밥 노점상 철거에 찬성하는 쪽은 “합법적으로 가게를 열어 임대료를 내며 장사하는 인근 가게가 불법적인 노점상들에 의해 피해를 입는데 이를 계속 놔두는 것은 법치를 확립한다는 차원에서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노점상들은 소득에 대해 세금도 한푼 안내는데 이들의 영업을 그대로 놔두고 제대로 세금 내며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인근 상인들은 “컵밥집 중에는 말만 노점상이지 일반 가게보다 수익이 훨씬 많은 곳도 적지 않다”며 단속에 엄살을 피우는 것 뿐이라는 주장도 한다. “컵밥 노점 중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비율은 얼마되지도 않는데 세금 한 푼 안내면서 주변에 월세 내고 장사하는 정식 가게의 영업을 방해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게 컵밥집”이라는 비난도 있다.,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해 차량통행은 물론 사람들의 통행에도 방해가 되기 때문에 구청이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상생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컵밥 노점들이 현행 법규를 위반한 것은 사실인데 이를 구청이 그냥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얘기다.

위생상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노점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취사도구나 수도 하수처리 등 위생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사먹은 음식으로 탈이라도 나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는 주장이다.


반대

그렇지 않아도 상생과 공정이 화두인데 무조건 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는 노점상들을 무자비하게 단속하는 것은 생존권을 부인하는 몰인정한 조치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컵밥 노점상들은 자신들이 인근 상인 못지 않게 돈을 번다는 것은 모두 인근 상인들이 지어낸 말이며 실제로는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서민들의 최후의 생계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호주머니가 얇은 사람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이렇게 없애야 되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한 누리꾼은 “노량진의 돈 없는 사람들은 싸게 먹을 장소를 잃고 상인들은 장사터를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컵밥 사먹는 고시준비생이나 파는 노점상이나 힘들고 눈물겹기는 마찬가지인데 꼭 강제철거를 해야했을까. 상인과 노점상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고 내린 결정인지 씁쓸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구청이 무조건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양성화를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정한 지역을 정해 생계형 노점상이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위생이나 세금 등에서는 일정한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노원구가 생계형 노점상인의 생존권 보호 내용을 담은 ‘노점관리 운영규정’을 발표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생각하기

컵밥 노점 철거는 상권이 충돌하는 지역에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사실 기존 상인들의 반발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기존에 장사를 하고 있는데 아무런 임대료도 내지 않는 컵밥 노점이 들어서 손님을 빼앗아 가니 이를 좌시할 사람은 많지 않은 게 당연하다.

컵밥 노점들은 형편이 어려운 곳도 많은 게 현실이다. 또 돈 없는 고시생들에게는 값싼 식사를 가능케 한다는 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어쨌든 관련 법을 위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그것이 도로를 불법 점유해 인근 통행에도 지장을 준다면 아무리 생계형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그야말로 ‘법대로’만 적용해 이들을 모조리 단속해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정부의 유연한 행정개입이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경우다. 노원구의 방법은 그런 점에서 충분히 참조할 만한 사례로 보인다. 구청이 나서서 교통에 큰 방해가 되지 않고 인근 상인들의 가게에서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지역에 컵밥 노점들이 장사할 수 있는 구역을 정해 일정한 기준을 갖추도록 하고 영업을 허용하는 방안도 그래서 생각해볼만 하다. 탄력성 있는 법 집행이 필요한 케이스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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