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GM·포드도 철수한 美조지아에 공장…빛을 발한 기아차의 승부

입력 2013-02-05 17:14  

금융위기로 투자 환경 최악…어려울 때 과감히 투자하자
가동 3년 만에 36만대 생산…'기아차=미국차' 이미지까지




2006년 3월13일, 기아자동차가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당시 2만원대였던 기아차 주가는 한 달 만에 20% 이상 떨어졌다. 주위에선 다 쓰러져가던 회사가 무슨 수로 미국 땅에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느냐고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져 있던 2007년 8월 기아차는 조지아주에서 첫 삽을 떴다. 이듬해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악재가 줄줄이 터졌다. 금융, 부동산뿐만 아니라 미국 자동차 시장도 최악이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을 비롯해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사는 파산 위기를 맞았다. 조지아주에서는 포드가 철수했고 GM도 도라빌 공장을 폐쇄했다.

○치열함이 만든 작품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8년 11월9일, 기아차 주가는 9990원으로 마감했다. 그로부터 1년 뒤 기아차는 착공 2년여 만에 조지아 공장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랑) 쏘렌토 생산을 시작했다. 계획한 양산시점보다 두 달 앞당긴 것이다. 가동 첫해 1만5000대로 시범 생산을 시작한 뒤 2010년 현대차 싼타페까지 총 15만3665대를 만들었다. 1만7000원이던 주가는 1년 만에 5만원대로 뛰었다. 2011년 9월 옵티마(K5)를 투입했을 땐 7만원까지 치솟았다. 기아차는 2011년 27만3751대, 지난해는 생산능력을 5만여대 넘어선 35만8520대를 만들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쏘렌토는 동급 4위, 옵티마는 7위, 싼타페는 9위에 올랐다. 24시간 동안 1시간에 68대, 1분에 1대꼴로 자동차를 만들어내지만 주문량이 밀려 공급이 부족하다. 조지아 공장은 가장 어려운 시기 미국에 진출해 기아차의 가능성을 입증한 프로젝트가 됐다.

전병호 기아차 조지아 공장(KMMG) 이사는 “아무도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사업이었기 때문에 전 직원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공장 건설에 매달릴 수 있었다”며 “위기 때 전략적 승부수를 던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기아차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적 아이디어로 차별화

조지아 공장의 성공 뒤에는 치밀한 사전 작업이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착공 6개월 전부터 ‘브레인’ 50여명을 뽑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현장으로 파견했다. 이들은 전에 없던 새로운 공장을 만들기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판매와 생산 부문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아웨이(KIA WAY)’ 철학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계산대에서 바코드로 찍으면 계산이 되는 동시에 창고에서는 재고 수량 변화를 인지하고 새로운 물건을 주문하는 것처럼 계산대 점원과 물류 관리 직원이 모두 하나의 시스템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기아차는 이런 체계를 만들기 위해 부품업체와 완성차제조회사가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자체 부품 표기 시스템을 개발했다.

도요타는 부품업체가 조립이 끝난 부품에 붙은 바코드 딱지를 수거해 제출하면 이를 정산해 구매대금을 지급하는 ‘간반 시스템’을 적용한다. 이 경우 바코드가 분실돼 매출 인식에 오류가 발생하고 조립자와 부품업체 직원이 다른 바코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로의 정보를 읽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기아차는 도요타와 다른 방식을 고안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미국인을 자극한 감성 마케팅

기아차는 공장도 마케팅 대상으로 삼아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자는 전략을 세웠다. 공장을 일렬로 설계,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모든 운전자가 공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경기침체로 어두웠던 지역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공장 전면에 발광다이오드(LED) 2만5000개로 이뤄진 초대형 ‘기아(KIA)’ 전광판을 설치했다.

미국인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외부에서는 ‘메이드 인 USA’ 전략을, 내부 직원들에겐 ‘한류’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 기아차는 매년 조지아 공장 직원을 서울 양재동 본사로 초청한다. 올초 신년행사 때는 임원이 가수 ‘싸이’로 변신, 말춤을 추는 무대도 마련했다.

기아차의 감성 마케팅은 지난해 10월 연비 사태 때도 빛을 발했다. 잘못을 즉각 인정하고 보상금을 지원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심어줬다. 안병모 기아차 미국법인장은 보상금을 받으러 오는 고객의 차를 점검해주고 새로운 차를 소개하라고 독려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조지아 공장은 어떤 위기도 헤쳐나갈 수 있는 성공 DNA가 있다”며 “연비 사태를 판매 촉진 기회로 활용해 한 단계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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