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대학총장 인터뷰 (2)] 10년 만에 다시 대학수장 된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 "철저한 학부생 교육으로 차별화 승부"

입력 2013-02-07 07:28   수정 2013-03-07 11:32

[2013 대학총장 인터뷰 (2)] 10년 만에 다시 대학수장 된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 "철저한 학부생 교육으로 차별화 승부"


"학생 인성 키우고 취업 잘 되는 대구가톨릭대 만들겠다"
지역 대학 살아나야 지방도시도 활력 … 박 당선인에 기대
"오늘 하루 최선, 내일 욕심 버려야", '12번째 직장' 비결




<대담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대학도 차별화가 중요해요. ITㆍ BT 같은 분야의 특성화보다 작지만 내실 있는 특성화가 필요합니다. 대구가톨릭대 하면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 취업 잘 시키는 대학'으로 각인시키겠습니다. 가톨릭 특유의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철저한 학부생 교육을 더해 국내에서 손 꼽히는 '교육중심 대학'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홍철 대구가톨릭대 신임 총장(68·사진)은 인터뷰에서 차별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올 초 대구가톨릭대 총장 취임으로 생애 7번째 기관장을 맡았다. 옮긴 직장은 12번째다. 화려한 경력답게 조직 진단도 빨랐다.

홍 총장은 아직 정식 취임식도 치르지 않았지만 4년 동안의 대학 운영 방향을 확고히 세운 듯 했다. 그는 "서울의 큰 대학들과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가톨릭대는 소규모 신학대가 아니다. 1990년대 효성여대와 통합된 학생 수 1만 명 이상의 대형 종합대학이다. 전국 12개 가톨릭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내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역사도 깊다. 홍 총장은 "이제 정부 기관보다 더 보람있는 일자리가 될 것 같다" 며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온 힘을 다 쏟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역 도시와 대학은 운명 공동체라는 게 홍 총장의 지론. 건설교통부 차관보, 국토개발연구원장, 인천개발연구원장, 대구경북연구원장과 인천대 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지역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의 말이라 귀담아 들을 만했다.

홍 총장은 "제대로 된 대학 없이는 그 지역의 도시도 발전할 수 없다" 며 "마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방대 살리기를 공약했으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 삶은 소탈하기 그지없다. 홍 총장은 은퇴를 염두에 두고 경북 문경에 작은 농가를 전세로 얻었다. 문경새재길 걷고 텃밭 가꾸며 살고 싶어서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일은 "피아노를 배워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 같은 곳에서 피아노 치며 노래 불러주는 것"이라며 웃었다. 오는 14일 취임식을 앞둔 홍 총장을 학교 총장실에서 만났다.

- 두 번째로 대학 총장이 되셨습니다. 대학 운영 계획과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이번에 12번째로 직장을 옮기고 7번째 기관장을 맡았습니다. 주로 공직과 연구원에서 있었지만 인천대 총장을 지낸 게 대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수도권 대학만 해도 학생모집엔 큰 어려움이 없는데, 지방 사립대는 여건이 녹록치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입학자원 감소와 청년실업 문제가 가장 큰 숙제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대학이 선택해야 할 길은 차별화입니다. 수도권 대학과의 차별화는 물론이고 같은 지역에서도 국립인 경북대와도 차별화 해야죠. 명확히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할 계획입니다."

- 차별화라고 한다면 어떤 내용인가요.

"쉽게 말해 학생 잘 가르쳐서 취업 잘 시키고, 훌륭한 사회인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학부생 교육을 철저히 할 겁니다. 이를 위해 교수 평가도 연구보다는 학생교육에 포커스를 맞출 생각입니다.

우선 인성교육이 기초가 돼야죠. 가급적 학생들의 기숙사 생활도 장려하려고 해요. 올해 기숙사를 크게 지어 전체 학생의 3분의 1 정도는 수용할 계획입니다. 신부님, 수녀님들이 기숙사 사감을 맡고 있어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학생들을 보냅니다. 우리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믿음직한 직장인으로 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구체적인 특성화 복안이 있는지.

"작지만 내실 있게 할 수 있는 분야들이 있습니다. 우리대학이 스페인어 쪽이 강해요. 남미 쪽으로 진출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한국 비보잉과 남미 탱고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식으로 작지만 의미 있게 특성화 하는 거죠. 교수들에게 다른 학과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생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합니다. 총장이 나서서 특정 분야를 특성화 하겠다, 이런 건 없습니다. 교수들한테 맡기려고 해요. 1년 정도 해본 뒤 평가해서 싹이 보이는 분야는 밀어줄 겁니다."

- 모든 분야를 다 차별화 해 잘하긴 어렵지 않을지요.

"차별화 할 분야를 제가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잘하는 분야를 밀어줘야 잘 됩니다. 그게 선택과 집중이고, 경제학 원리 아닙니까. 굳이 특정 분야를 지목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어느 분야를 밀어준다고 하면 다른 분야는 기가 죽어요. 모든 분야에 크고 작은 특성화 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교수들이 스스로 노력해야죠. 자율적으로 풀어주고 잘하는 곳 밀어준다는 게 원론이지만 실천이 어렵습니다. 교육중심대학엔 어떤 분야를 특성화 하고 밀어주겠다, 이런 게 없어요. 학생들 충실히 교육해서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거죠. 미국도 그렇습니다."

- 일본에선 주요 대학이 지역 발전의 축입니다. 반면 한국은 지역 명문대가 퇴보하는 느낌마저 있습니다. 새 정부의 대학육성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할지요.

"좋은 지적입니다. 제대로 된 대학 없는 지역의 도시는 발전할 수 없어요. 대학과 도시는 운명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역 대학의 하락세와 대구시의 발전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상당한 함수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 교토 보세요. 교토대가 노벨상 수상자를 여러명 배출했습니다. 나름의 정체성을 확립해 교토 지역이 활성화되는 것이죠.

국내는 어떻습니까. 약 30년 전엔 경북대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다음 정도의 수준으로 인정받았고, IT 분야도 특성화됐죠. 지금은 수도권 경제력 집중으로 지방대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학문 뒷받침이 안 되니까 삼성전자도 이 지역에 적극 투자를 못하잖아요. 마침 당선인이 지방대 살리기 공약을 제시해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방대 발전과 특성화에 정부 지원이 절실합니다."

- 그동안 여러 자리를 거치셨습니다.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신 비결 좀 알려주시죠.

"저는 늘 오늘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내일 뭐할지, 어디 있을지에 별로 관심 갖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여러 자리를 거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제 별명을 들으니 '구조조정 전문가' 라고 하더군요. 구조조정이라기보다는 '인스트럭처 체인지'가 중요하죠.
비법은 다른 게 없어요. 세상 흐름에 맞춰 물 흐르듯 흘러가게 하고 갖고 있는 장점은 더 키워주는 것이죠.

제가 국토개발연구원장 하다 인천개발연구원장으로 옮긴 적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격에 안 맞는다고 했는데, 저는 그때 막 개발되던 인천의 가능성을 보고 갔어요. 격을 따지기보다 얼마나 소신껏, 보람되게 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지요.

"이번이 진짜 마지막인데요. (웃음) 지금은 정부 기관보다 대학이 더 보람될 거라 생각합니다. 인천과 대구에서 떠돌이 생활을 12년 정도 했어요. 노후생활을 어디에서 할까 알아보다 경북 문경에 빈 농가를 전세로 얻었어요. 집사람도 좋아해서 은퇴 후 정착할 계획입니다. 집사람과 텃밭 가꾸고 문경새재길 걸으며 살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 하나 더 있어요.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입니다. 얼마 전부터 피아노를 조금 배웠는데, 더 배워서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 같은 곳에서 할아버지 선생으로 어린이들에게 피아노 쳐주면서 노래해 주고 싶습니다."



◆ 홍철 총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직에 입문해 대통령 경제비서관과 건교부 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국토개발연구원장, 인천개발연구원장, 대구경북연구원장 등을 거쳤다. 현재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6일 대구가톨릭대 총장에 취임했다. 2000~2004년 인천대 총장을 지낸 데 이어 10여년 만에 다시 대학 수장이 됐다.

경산=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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