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시집 '따뜻한 외면'…"버려진 종이컵에도 삶의 이치가 있죠"

입력 2013-02-11 15:46   수정 2013-02-12 05:13

복효근 씨 시집 '따뜻한 외면' 출간
세상 그대로 보여주며 힐링 유도



‘달팽이 두 마리가 붙어 있다/빈 집에서 길게 몸을 빼내어/한 놈이 한 놈을 덮으려 하고 있다/(…)/내가 너를 네가 나를 덮어줄 수 있는/지금 여기가/지옥이더라도 신혼방이겠다’(‘덮어준다는 것’ 부분)

깊은 시선으로 생명과 사물 속 따뜻함을 길어 세상에 전달해 온 복효근 시인이 신작 시집 《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을 발표했다. 달팽이 한 쌍에서 사랑의 몸부림을 포착하듯 이번 시집에서도 그만의 애정 어린 눈빛은 변함없이 따뜻하다.

그는 어떤 것이든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버려진 것 같은 삶의 이면을 들춰 기어코 빛을 찾아낸다. 버려져 있는 종이컵에서 삶의 의미와 이치를 보고, 칼국수를 먹다가 동화 한 편을 만들어 낸다. 힐링마저 강요하는 듯한 세태에서 그는 그저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치유를 느끼게 한다.

‘그 하얗고 뜨거운 몸을 두 손으로 감싸고/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붉은 립스틱을 찍던 사람이 있었겠지//채웠던 단물이 빠져나간 다음엔/이내 버려졌을,/버려져 쓰레기가 된 종이컵 하나//한때는 저도 나무였던지라/낡은 제 몸 가득 흙을 담고/한 포기 풀을 안고 있다/버려질 때 구겨진 상처가 먼저 헐거워져/그 틈으로 실뿌리들을 내밀어 젖 먹이고 있겠다/(…)/일회용이라 부르는 아주 기나긴 생이 때론 저렇게 있다’(‘어떤 종이컵에 대한 관찰 기록’ 부분)

‘국물이 뜨거워지자/입을 쩍 벌린 바지락 속살에/새끼손톱만 한 어린 게가 묻혀 있다//제집으로 알고 기어든 어린 게의 행방을 고자질하지 않으려/바지락은 마지막까지 입을 꼭 다물었겠지/(…)/어린 게를 다독이며/꼭 다문 복화술로 자장가라도 불렀을라나/(…)/바지락이 흘렸을 눈물 같은 것으로/한 대접 바다가 짜다’(‘꽃잎’ 부분)

표제작 ‘따뜻한 외면’에서는 어떤 장면의 눈부심을 순간적으로 포착한다. 비와 나무, 새, 나비가 만들어 낸 순간은 하나의 완전한 소우주처럼 느껴진다.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나비 쪽을 외면하는/늦은 오후’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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