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수그리족

입력 2013-02-11 16:04   수정 2013-02-11 22:56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설 연휴가 끝났다. 예년에 비해 유독 짧았던 데다 경기침체와 한파까지 겹쳐 사람들의 마음이 그리 넉넉지만은 않았을 듯싶다. 그래도 설이 좋은 이유는 모처럼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게다. 각지로 흩어져 생업과 학업에 매달리느라 변변하게 연락도 못하던 가족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주는 게 그나마 설 명절이다. 한데 설이 돼 가족 친지들을 접해도 서로 얼굴 마주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이다.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얼굴보다는 정수리가 더 많이 보인다. 모두가 고개를 수그리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탓이다. 이른바 ‘수그리족’들이 안방과 거실까지 점령한 것이다.

수그리족은 원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에만 몰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지하철을 타 보면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아니 대부분 승객이 수그리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인터넷 검색부터 채팅, 문자, 게임, TV나 동영상 감상, 각종 문서 열람 등에 푹 빠져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마치 누가 더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는지 겨루는 경연장에 온 듯하다.

급한 용무를 처리하는 수그리족은 드물다. 대부분 심심풀이 시간 때우기로 시작한 게 습관이 돼 틈만 나면 자신도 모르게 폰을 들여다 본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이용자의 77.4%가 특별한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직장 회식자리는 물론 가족과의 외식, 친구 모임, 심지어 데이트 중에도 수시로 수그리족이 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설 연휴 때 가족들의 정수리가 유난히 많이 보였던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 눈에는 이런 광경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아마도 설 연휴 중 대부분 집에서 수그리족들은 한번쯤 핀잔을 들었을 것이다. 실제 스마트폰 중독의 해악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다. 시력저하, 목뼈 이상, 어깨나 손목 통증 등을 동반하는 것은 물론 가족관계를 비롯해 대인관계를 파괴한다는 보고도 있다. 과다한 정보기기 사용에 따른 건강상 문제나 소외 등을 극복하자는 ‘디지털 디톡스(detox)’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없지 않다. TV나 PC가 일반화되기 시작할 때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대부분 과장됐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이어주고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끈끈한 줄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긴 하지만 모처럼 모인 가족들 앞에서라면 수그러진 고개를 들고 환한 웃음을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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