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 무학 회장 "순한 소주로 女心 공략…'초저도 소주' 시장 열었죠"

입력 2013-02-14 17:10   수정 2013-02-15 00:21

靑出於藍 中企 2세 성공열전

'소주=25도' 공식 깨고 23도 '뉴화이트'로 돌풍
'좋은데이' 술~술 잘나가…누적 판매 7억병 돌파



1995년 1월 (주)무학 창원공장. 최재호 무학 사장(당시 36세)과 직원들이 한 50대 주부가 들이켜는 소주잔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꿀꺽 삼키는 순간 ‘화’하는 소리 대신 맛있다는 주부의 반응에 최 사장과 직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소주업계 최초로 알코올 도수 23도인 ‘무학 뉴화이트 소주’를 개발, 시장에 내놓는 순간이었다. 이는 1970년대부터 무려 20여년간 소주 업계에서 ‘소주는 25도’라는 공식을 깬 것이다. 대한민국 소주시장에 ‘저도주 시대’를 연 셈이다. 그가 아버지 최위승 회장(현 명예회장)의 부름을 받고 회사에 들어온 지 8년 만이었다.

당시 한국 소주업계의 시장주도권은 늘 서울의 진로에 있었다. 진로에서 신제품을 론칭해 성공하면 지방에서 따라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구도가 수십년간 관행처럼 돼 있었다.

젊은 최재호 사장(2008년 회장에 취임)은 이런 관행을 그대로 넘기지 않았다. 바로 ‘순한 소주’, ‘목넘김이 부드러운 소주’를 원하는 고객의 잠재적 욕구를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저도주 개발에 착수했다. 자금과 인력이 열악한 상황에서 그는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개발에 매진한 지 2년 만에 저도주 개발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뉴화이트 소주가 출시되기 전 지방의 소주시장은 1992년부터 1도 1사의 자도주 개념이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해 1994년 지방소주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수도권 대기업 소주회사가 전국 소주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다”며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가 무엇보다 절실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지방기업 대표끼리 만나서 하는 하소연이 누구한테 회사를 팔아야 되느냐가 화두였고 부친도 회사를 파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 정도로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도주 개발에도 불구하고 시장반응은 미지근했다. 소주의 톡 쏘는 맛에 익숙해 있던 고객들이 저도주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탓이다. 1995년 출시 첫해 뉴화이트 소주 판매량은 이전의 주력 상품인 무학골드의 월평균 판매량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최 회장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는 제품 출시 뒤 8개월 동안 매일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무학의 전 직원과 함께 업소와 소매점을 직접 방문해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펼쳤다. 고객들의 구두를 직접 닦아주며 귀를 여는 ‘청문 마케팅’도 병행했다. 특히 매주 화·금요일은 대형업소를 중심으로 ‘화이트데이 이벤트’를 펼치는 방식으로 화이트 시음회를 정기화했다.

이런 ‘발품 마케팅’ 덕분에 이듬해인 1996년 뉴화이트는 무학골드 대비 165% 증가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고 1997년에는 월평균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 1998년에는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신제품 효과로 2000년 8월 워크아웃을 2년 만에 조기 졸업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1998년 외환위기 후폭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들어갔었다.

그러던 중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2002년 부산에 연고를 둔 대선주조가 롯데햄우유에 매각되면서 동남권 소주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03년 이후 대선주조는 경남, 울산 등 무학의 연고지에 지점을 개설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당시 무학은 부산지역에 매실마을과 가을국화와 같은 과실주, 약주를 주로 판매했고 소주시장에선 1%에 미치지 못하는 아주 미미한 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대선의 소주 영업공세에 무학은 2004년부터 주력 브랜드인 ‘화이트’ 소주를 통해 2년간 대대적인 영업공세를 펼쳤지만 시장점유율은 전혀 올라가지 않았다.

당시 부산시장의 대선 시원소주 점유율은 95% 수준이었고 기존의 ‘화이트’ 소주를 통한 시장공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최 회장은 새로운 브랜드를 통한 부산시장 재공략 방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먼저 ‘취하기’보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의 욕구와 감성에 초점을 둬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저알코올-순한 소주 콘셉트로 방송광고가 가능한 17도 이하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소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물을 ‘지리산천연암반수’를 사용해 순하고 부드러운 주질에 승부를 걸었다. 수년간 연구개발과 사전 테스트를 통해 2006년 11월 말 마침내 16.9도의 ‘좋은데이’를 출시했고 국내 10개 소주사 중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초저도 소주’라는 새로운 주류시장을 개척하게 됐다.

그의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좋은데이는 출시 6년 만인 지난해 12월18일 누적 판매기준 7억병을 돌파했다. 시장점유율도 현재 경남·울산지역에서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대선의 주 무대였던 부산지역에서도 70% 이상의 고객들이 좋은데이를 선호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던 ‘처음처럼’의 롯데주류를 제치고 소주시장 2위에 등극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최 회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월 8000만병 이상 생산이 가능한 창원2공장(중리공장)을 올 1분기에 준공해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 30% 달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올해는 부산시장 확대를 강화하고 경남·울산지역의 시장기반을 더욱 굳건히 해 전국 2위 소주로 확고히 자리 잡아 영업지역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학은…1929년 소화주류로 출범...전국 소주업체 3위

1929년 소화주류공업사로 출범한 무학은 올해로 창립 84년을 맞는다.

무학은 2008년 최재호 회장이 취임한 뒤 초저도소주인 ‘좋은데이’와 ‘화이트’ 소주를 비롯해 ‘매실마을’ ‘가을국화’ ‘해오름’ ‘페스티발’ ‘오스카’ ‘막끌리네’ ‘담금마을’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무학은 주류사업부와 스틸사업부로 나눠져 운영되고 있다. 동남권 최대 사회공헌재단인 ‘좋은데이’를 운영, 지역 사회공헌 실천에서 선두기업으로 앞장서고 있다.

계열사로는 (주)무학주류상사, (주)지리산산청샘물, (주)N PACK 등을 두고 있다.

무학은 또 전국 10개 지점 및 3개 영업소, 5개 공장과 2개 물류센터, 해외 미주지점과 스틸사업부 중국공장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전국 소주업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역의 기업 하나가 아닌 한국 대표기업 중 하나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세계 속에서 ‘무학 경영신화’를 창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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