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은 무절제하게 이기적이지 않다

입력 2013-02-17 17:01   수정 2013-02-17 22:32

막대한 예산 들여야할 복지 공약 쉽게 생각하면 재정 위기에 봉착
필요한 만큼 혜택 돌아가게 해야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



박근혜 정부에서는 복지 공약의 이행여부가 재임 5년 내내 정쟁의 대상이 될 것 같다. 특히 기초노령연금의 급여수준 인상 및 지급대상 확대와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 100% 보장은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는 관심사이고 정부예산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어떤 공약보다도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두 공약을 합해 필요한 예산이 당선인 측이 생각한 연간 4조원보다 훨씬 많아서 정부의 한 연구원은 연간 10조원까지 예상한다. 어쨌든 복지 공약의 이행을 쉽게 생각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정책 실패를 범할 것 같다.

우선, 작년에 도입된 0~5세 영유아 무상보육도 1조4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할 수 없어서 포기할 뻔한 마당에 이 두 가지 공약으로 인한 비용 부담은 사실상 또 다른 재정위기의 서막일 수 있다. 둘째, 기초노령연금의 확대는 고령자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려서 연금형 생계유지자를 양산할 수 있다. 이는 저출산시대의 노동력 부족을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셋째, 중증질환의 100% 보장은 기존의 모든 복합질병을 4대 질병으로 진단하게 하는 유인을 주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환자가 이 혜택을 받으려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진료비를 100% 보장해 준다고 하는데 중증질환이라고 우겨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의료공급자들에게도 가능하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의 과잉진료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게 하는 이상한 의료보장제도가 될 것이다. 넷째, 공약에 들어가는 비용을 세금인상 없이 세제혜택을 줄여서 충당한다고 하는데 이는 해당 산업을 위축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경기부양을 위해 또다시 세금을 걷어야 할지 모른다.

복지공약의 실행 이전에 과연 누구를 위한 공약이고 정책인지 먼저 판단하고 세부적인 공약 실행이 이뤄져야 한다. 개인이 스스로 자립과 건강유지에 대한 의지를 유지케 하면서 국민들의 만족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5년 후에 고령자의 빈곤율이 어떻게 하락해 있고, 4대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로 복지공약의 이행여부는 평가받아야 한다.

기초노령연금과 관련해서는 부자 노인들을 제외하고 빈곤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을 공약대로 주면 된다. 부자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아니다. 일부 부자 노인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전체 국민 중위소득의 50% 미만으로 생활하는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정이다. 빈곤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이 없으면 최저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힘들게 생활하고 세상의 고독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할 수는 없다.

4대 질환의 진료비 100% 보장 공약도 마찬가지다. 이 공약의 이해 당사자는 4대 질환의 환자뿐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데 세금을 써가며 진료비를 100% 보장하는 것은 세금 낭비다. 그러나 경제 능력이 없다면 진료비뿐 아니라 그들의 생활비도 지원해 주는 것이 옳다. 건강이 나빠질 정도로 생계유지를 못하면 아무리 진료비를 100% 보장한다고 해도 헛일이기 때문이다. 하루 수십 만원짜리 1인실에 입원하는 부자들의 4대 질병을 100% 보장할 돈이 있다면 모든 국민이 4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사업을 벌이는 데 써야 한다.

지난 선거는 경제적으로 찌들대로 찌든 서민들의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 선거였다. 그 어느 때보다 그들은 생활안정을 갈망하고 있다. 부자 노인들이나 4대 질환과 관계없는 국민은 당선자의 공약 이행 여부에 관심이 없다. 복지공약 때문에 여당을 선택한 유권자는 빈곤 노인들이고, 경제력이 없는 4대 질환 환자들이다. 그야말로 절박한 사정에 따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선거공약의 이행은 재정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이들의 욕구를 100%, 200%까지라도 만족시킬 때까지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노인수당을 못 받는 부자 노인들, 능력이 있는 4대 질환 환자들의 진심일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은 그렇게 무절제하게 이기적이지 않다.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


▶ 정가은, 출장마사지男 집으로 불러서는…파문

▶ 연예인 맞는다는 '비타민주사' 효과가…깜짝

▶ 연예계 성스캔들 '술렁'…女배우 누군가 봤더니

▶ 의사에게 성폭행 당한 女 "기억이 잘…"

▶ 소유진 남편, 700억 매출 이젠 어쩌나? '쇼크'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